맛집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지역 곳곳에 숨은 맛집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역과 해외의 유명 맛집들을 앞다퉈 유치하면서다. 수도권 거주자들은 먼 걸음 하지 않고도 ‘지역 맛집 깨기’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백화점, 복합쇼핑몰에 들어선 지역과 해외 맛집들을 한데 모아봤다.
1945년 문을 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꼽히는 이성당(전북 군산) 빵은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백화점·롯데월드몰)에서도 맛볼 수 있다. 비빔밥 전문점 한국집을 가기 위해 서울에서 전북 전주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본점에서도 전주의 한국집에서와 같은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지역의 유명 맛집들이 들어선 곳은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은평구 롯데몰 은평점,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월드몰, 강남구 현대백화점 본점과 경기도 성남시 현대백화점 판교점,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 등이다.
부산 명물 베이커리 전문점인 ‘옵스’, 대구 명물 ‘삼송빵집’, 전주 ‘PNB 풍년제과’ 등 지역 유명 베이커리 전문점을 수도권에서도 갈 수 있다. 서울 강남의 맛집(‘소호정’ ‘한성돈까스’ 등)이 강북에, 강북의 노포(老鋪·‘수하동’ ‘부민옥’ ‘홍그라운드’ 등)가 강남에도 자리를 잡았다.
강북 유명 노포의 분점은 미식가들을 반갑게 하고 있다. 1956년에 문을 연 부민옥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만 60년 동안 영업해 오다 최근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스타필드 고양에 분점을 냈다. 서울 중구 오장동에 함경도 출신 창업주가 1953년 문을 연 오장동 3대 함흥냉면집 ‘흥남집’은 스타필드 고양으로 진출했다.
국내 맛집만 있는 게 아니다. 일본 후쿠오카 돈까스 전문점 ‘안즈’, 프랑스 디저트 전문점 ‘위고에빅토르’, 일본 디저트 전문점 ‘자쿠자쿠’, 일본 고베 가츠규 전문점 ‘교토가츠규’, 중국 4대 천황으로 꼽히는 진생용 셰프의 중식당 ‘진가’ 등 해외 맛집들도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찾을 수 있다.
맛집 유치는 의외로 어렵다. 유명 백화점이나 쇼핑몰 입점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곳은 많지 않다. 특히 노포를 운영해온 이들은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식당을 여는 것을 썩 내켜하지 않는다. 새로운 제안을 앞에 두고 손익을 가늠해본 뒤 결정하려고 하기보다 “굳이 무리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부터 치기 일쑤다. 먼 걸음 마다않고 알아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고, 자칫 희소성을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면서다. 세밀하게 품질을 관리하기 힘든 경우엔 분점 출점이 오히려 명성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맛집 유치를 위해 삼고초려에 나서기도 한다. ‘북한산 명물’로 알려진 경기도 고양시 ‘코다리 밥도둑’도 롯데몰 은평점에 힘겹게 모셔왔다. 롯데몰을 운영하는 롯데자산개발 리싱2팀 김종인 MD는 몇 주 동안 주말마다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북한산 자락을 찾았다. 어렵사리 유치한 코다리 밥도둑은 롯데몰 은평점의 매출 상위 점포로 꼽힌다.
스타필드 하남에 들어선 ‘의정부 평양면옥’도 수차례 고사한 끝에 스타필드에 분점을 냈다. ‘수요미식회’(tvN)에도 소개된 의정부 평양면옥은 평양이 고향인 홍영남씨가 1970년 경기도 전곡에 문을 연 뒤 서울 중구 필동면옥, 을지면옥 등과 함께 전통 평양냉면 맛집으로 꼽혀 왔다. 스타필드 하남의 ‘의정부 평양면옥’은 경기 북부까지 찾아가기 힘든 서울 강남권의 평양냉면 애호가들이 줄을 서며 먹는 집으로 거듭났다. 업계 관계자는 “균일한 맛을 내는 게 어려운 종목은 특히 입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하지만 입점 후 높은 매출을 올리면서 사업을 다각도로 확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