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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중국 잡는 데는 라이트하이저



“라이트하이저가 미·중 간 무역 협상을 이끈다는 발표에 중국이 놀라고 있다.(CNBC)”

지난 주말 미·중 정상회담 이후 봉합됐다고 생각했던 양국 무역분쟁에 다시 먹구름이 짙어졌다. 백악관이 소문난 대중(對中) 강경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중국과의 ‘90일 무역협상’의 얼굴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중국이 놀랄 만도 하다. 라이트하우저는 지금까지 협상을 이끈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물론 또 다른 강경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보다 훨씬 상대하기 어려운 ‘중국 저격수’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잡은’ 그의 전력은 더욱 꺼림칙하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레이건 행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 일하며 1985년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하는 일본의 무릎을 꿇린 ‘플라자 합의’의 주역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이트하이저는 1980년대 일본처럼 중국을 미국의 실존적 위협으로 본다. 그의 관심은 미국 경제에 최선의 협상을 하려는 게 아니라 중국의 기술굴기를 좌절시키는 것”이라는 한 투자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에 이어 중국을 잡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그가 중국을 너무 잘 안다는 게 중국에 큰 부담이다. 그는 USTR 부대표 이후 30년간 대형 로펌 스캐든압스 소속 회사법 변호사로 미 철강제조사 US스틸을 대변했다. 중국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오랫동안 다뤘다. 무역법과 정책에 정통하며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도 잘 알고 있다. 매우 집요하다는 평을 듣는다. 특유의 ‘중국적인 것(Chinese-ness)’의 핵심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게 지론일 정도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한다.

라이트하이저의 전면 배치는 ‘휴전’을 원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는 경고음이다. 이미 미·중 무역전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 일대일로 등 확장주의 노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지난 10월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은 시 주석이 국력을 과대평가해 덩샤오핑 외교정책의 기본이었던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름)를 저버려 나라를 곤경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한 바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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