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본연의 임무는 무엇일까. 아무 생각 없이 배꼽 잡고 깔깔대며 볼 수 있는 재미 아닐까.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성 상실 본능 충실’ 예능 JTBC ‘아는 형님’이다.
‘아는 형님’은 5일 방송을 시작한 지 꼭 3년이 됐다. 시작은 유재석이 아닌 강호동 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MBC) 같은 느낌이었다. 멤버들이 엉뚱한 미션에 도전하는 과정을 발랄하게 담아냈지만, 시청률은 1%대를 맴돌았다.
이듬해 3월 선보인 ‘형님 학교’라는 새 포맷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형님 학교에 전학생 게스트를 초대한 후, 이들과 친구처럼 ‘무(無)근본’ 개그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방식이다. 그간 예능에선 볼 수 없던 과감한 애드리브들이 나오는 탓에 일각의 비판도 있었다. 재밌긴 하나 이질적이고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새로움은 주효했다. 이수근 김희철 등 콩트에 최적화된 멤버들이 점차 캐릭터를 잡고, 발언의 톤을 조절해가면서 현재는 매회 높은 화제성과 4~6%대 시청률을 보이는 JTBC 간판 예능이 됐다. 스타들의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는 묘미가 특별한데, 방탄소년단 아이유 레드벨벳 등 지금까지 다녀간 게스트만 500명 정도다.
프로그램의 안착에는 방송 전반을 다듬고, 개성 만점 멤버들과 게스트들의 호흡을 조율한 작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최근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아는 형님’을 이끌어온 작가 8명을 만났다. 황선영 메인 작가는 자신들의 역할을 “멤버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울타리를 쳐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양을 치는 ‘목동’이었다.
“인기 많은 양을 만들어야죠(웃음). 작가들 모두 일주일에 4일 정도는 꼭 붙어있는 것 같아요. 회의 때는 반말만 안 할 뿐이지 형님 학교랑 똑같아요. 거리낌 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게스트가 등장해서 퇴장할 때까지 모든 걸 점검해요. 게임도 직접 몸으로 해보고요.”
3년간 이끌어온 원년 멤버 7명에 지난해 5월 막내 작가가 새로 들어와 8명이 됐다. 프로그램 초반에 겪은 시행착오만큼 끈끈해졌다. 정윤희 최미연 유지희 이지영 등 작가들은 “척하면 척, 죽이 잘 맞는 가족 같은 사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좋은 분위기 덕에 이젠 게스트들도 일처럼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처음엔 ‘웃겨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많이 하다가도 저희를 믿고, 편하게 즐기고 가는 것 같아요. 멤버들과 반말도 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걸 특별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고요. 녹화가 끝나고 ‘기분 좋게 놀고 간다’는 말을 들을 때 정말 뿌듯해요.”
네티즌들이 남기는 피드백을 꼼꼼히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황 작가는 “장수는 하고 싶은데, 나이는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주년 특집을 따로 준비하지 않은 것도 매회 특집처럼 만들자는 다짐 때문이라고.
“아주 작은 부분에서라도 변화를 주려고 해요. 매주 새로운 게스트와 새로운 얘기를 나누는 학교였으면 좋겠어요. 멤버 중 한 명이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하고픈 프로그램이라고 얘기했는데, 시청자분들도 저희와 우여곡절을 같이 겪으면서 의리를 지켜주시는 것 같아요(웃음).”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