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축구 J리그가 유럽 무대를 쥐락펴락했던 슈퍼스타들을 다시 빨아들이고 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4·비셀 고베), 페르난도 토레스(34·사간 도스)에 이어 다비드 비야(37)가 최근 비셀 고베에 입단했다. 여기에 첼시와 계약이 곧 만료되는 세스크 파브레가스(31) 영입설까지 보도됐다.
일본 언론은 5일 이탈리아 스포츠 일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의 “비셀 고베가 파브레가스 영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를 일제히 전했다. 파브레가스는 아스날, FC 바르셀로나를 거쳐 현재 첼시에 소속돼있다. ‘무적함대’ 스페인 일원으로 이니에스타, 토레스, 비야와 함께 2010 남아공월드컵 우승에 기여했다. 지난 시즌 첼시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으나 올 시즌 새로 부임한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 체제에서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파브레가스는 기량 저하보다 출전 기회가 적었고, 여전히 유럽에서 뛰길 원하고 있어 J리그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순 없다. AC 밀란 등이 관심을 가진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 동료였던 이니에스타 비야와 한솥밥을 먹게 되는 점, 고베가 모기업 라쿠텐을 등에 업고 적극적으로 베팅에 나설 경우 등을 감안하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 파브레가스 외에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는 아르연 로번(34)의 J리그행을 전망하는 보도가 전날 나오기도 했다.
J리그의 해외 톱스타 영입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리그 출범 초기 둥가, 지쿠, 개리 리네커 등 전성기가 지난 스타들이 J리그 무대를 밟았다. 2014년에는 우루과이 스타 디에고 포를란이 세레소 오사카 소속으로 경기에 나섰다. 이후 한동안 뜸했던 톱스타 영입은 지난해부터 다시 줄을 잇고 있다. 그 중심엔 고베가 있다. 고베는 지난해 루카스 포돌스키와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이니에스타, 비야를 차례로 영입했다. 사간 도스도 올해 토레스를 영입해 특급 스타 보유 대열에 합류했다.
J리그가 다시 톱스타 영입에 적극 뛰어든 것은 거액의 중계권 협상 이후 리그를 부흥시킬 스타가 필요했던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J리그는 영국 퍼폼 그룹과 10년간 2100억엔에 온라인 및 위성채널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톱스타 영입 이후엔 티켓 판매, 관련 상품 판매가 수익으로 연결되면서 추가로 스타 영입에 나서는 등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톱스타의 활약이 전제될 때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포를란은 6억엔의 연봉을 받았지만 소속팀이 강등되자 계약기간에 앞서 J리그를 떠났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