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가 경기침체 우려에 급락하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미국과 중국이 ‘90일 휴전’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올랐던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 불안감을 촉발시킨 ‘불씨’는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다. 장기와 단기 국채금리 역전은 향후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대표적인 신호다.
5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04포인트(0.62%) 내린 2101.31에 장을 마쳤다.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G2(미국과 중국) 무역전쟁 ‘휴전’ 합의로 올랐던 상승분이 대부분 빠졌다. 코스닥지수는 1.06% 하락한 701.12에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내렸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0.5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61% 떨어졌다. 간밤 뉴욕증시가 3%대 급락한 영향이 컸다. 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 떨어졌다. 다우지수(-3.1%)와 S&P500지수(-3.24%)도 추락했다.
증시를 끌어내린 범인은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다. 시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 채권금리의 격차(스프레드)는 아직 역전되지 않았지만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2년물 금리는 이미 5년물 금리를 앞질렀다. 일반적으로 장기 국채금리는 단기 국채금리보다 높다. 금리 차이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면 경기침체 전조 현상으로 판단한다. 경기부진 우려가 커질 때 장기 국채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로 스프레드가 축소된 것이라면 위험자산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을 완화 쪽으로 움직이려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아래에 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폭이 넓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G2 무역 협상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높아진 점도 주가 하락에 불을 당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스스로를 ‘관세맨(Tariff Man)’으로 칭하며 중국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강경책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0일간의 유예기간’은 내년 1월부터라고 언급됐지만 백악관은 이달 1일부터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협상 기간이 단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부각됐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