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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 지역이 살아난다, 역대 최대 규모 군사보호구역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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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면적(290만㎡)의 116배에 달하는 3억3699만㎡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됐다. 1994년 17억1800만㎡가 해제된 후 가장 큰 규모의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가 이뤄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 체결을 비롯한 남북 관계 진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5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주민 재산권 침해 등을 감안해 해제 지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해제된 지역은 군사시설 보호구역 중 제한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던 곳이다. 제한보호구역은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25㎞ 이내 또는 주요 군사시설 500m 이내 등으로 정한다.

해제 지역 중 63%는 강원도, 33%는 경기도다. 접경지역이 주로 포함됐다. 인천 강화와 서구, 서울 서초구, 충남 천안, 대구 동구, 전남 진도의 일부 지역 제한도 해제됐다. 앞으로 이들 지역에선 군 당국과 협의 없이 건물을 새로 짓거나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제한보호구역으로 묶였을 때에는 군 당국과 최대 30일간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또 1317만㎡의 통제보호구역을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했다. 인천 강화와 경기도 김포·파주, 강원도 철원·고성, 충북 진천 일부 지역이 이에 해당된다. MDL로부터 10㎞ 이내 또는 주요 군사시설 300m 이내로 정하는 통제보호구역에선 건물을 새로 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농업 이외 활동이 제한되는 민간인통제구역 출입 절차도 간소화된다. 정부는 민통선 출입통제소에 무선인식(RFID)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다. 전자장치를 넣은 카드 형태의 신원 확인증을 만들어 이 카드를 찍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48개 출입통제소 중 26곳에, 2022년까지 나머지 22곳에 이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각 부대에서 운용 중인 출입통제소에서 일일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는 불편함을 덜겠다는 취지다.

대규모 군사 규제 완화는 급진전한 남북 관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엔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한 지역에 대해서만 해제 논의가 이뤄졌는데, 이번엔 전방 각 군단에서 해제 가능 지역을 사전에 파악하는 작업을 거쳤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정협의회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과거 남북한이 극한 대치했던 시절의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전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때보다 8~10배가량 넓은 지역이 이번에 해제됐다”고 말했다.

다만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군사대비태세는 확실히 유지하면서도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검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가 안보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다.

신축이나 증축 등 재산권 행사에 애를 먹었던 접경지역 주민들은 환영했다.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거나 더 과감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반응까지 나왔다. 이번에 가장 넓은 지역이 해제된 강원도 화천군 관계자는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부동산 투기나 난개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경택 기자, 화천=서승진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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