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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연예인 ‘빚투’ 제기, 거꾸로 명예훼손 가능성



유명 연예인의 부모나 가족에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른바 ‘빚투’(나도 못 돌려받았다) 주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관련 연예인은 ‘빚투’ 주장이 제기되는 순간 논란의 중심에 선다. 그러나 법적으로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가족의 빚을 대신 갚도록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오히려 사회적 평판이 중요한 연예인에게 본인과 무관한 채무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일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경지법 민사부에 근무하는 A판사는 5일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라도 다른 사람이므로 당연히 본인이 진 빚은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판사도 “다른 사람의 재산상의 경제활동에 대한 채무를 가족이란 이유로 대신해야 할 이유는 없다. 유명인이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성공한 사회인으로 여겨지는 연예인이어서 가족이 진 빚이 논란이 되고 책임 문제가 나오기는 하지만, 대신 빚을 갚아야 할 법적 의무는 원천적으로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자신의 행위가 아닌 가족(친족)의 행위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는 있다. 상속 문제가 발생했을 때다. 부모가 사망하면 민법에 따라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가 자녀에게 승계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자녀가 상속에 대해 한정승인을 하거나 상속을 포기하면 더 이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한정승인은 상속 재산의 한도 내에서 빚을 책임지겠다고 밝히는 것이다. 상속포기는 재산과 빚을 모두 물려받지 않기로 하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자식이 부모의 빚에 보증을 선 경우면 그에 따라 함께 책임을 지면 된다. 하지만 현재 빚투 논란에 거론된 연예인 중 부모의 빚을 상속받았거나 보증을 선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빚투 현상을 두고 되레 연예인에 대한 명예훼손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본인의 채무가 아닌데도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세간에 이름이 오가면 일방적으로 사회적 평판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B판사는 “금전 관계의 원만한 합의 차원에서 채무자의 가족인 연예인과 접촉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을 드러내놓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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