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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제작·운송·시험까지… ‘천리안 2A호’의 우주 기술 독립

국내 독자기술로 만든 첫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2A호를 실은 아리안5ECA 발사체가 5일 오전 5시37분(현지시간 4일 오후 5시37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2A호는 2010년 프랑스와 공동 개발해 쏘아올린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1호’의 기상관측 임무를 물려받는다. 아리안 스페이스 유튜브 캡처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첫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2A호’가 5일 새벽 우주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개발이 시작된 지 7년6개월 만이다. 한국형발사체인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 성공에 이어 정지궤도 위성 ‘기술 자립’까지 이루면서 자력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상청은 천리안 2A호를 탑재한 ‘아리안 5ECA’ 발사체가 이날 오전 5시37분쯤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 최초 타원궤도에 도달한 2A호는 발사 39분 만에 호주 동가라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했다. 2주에 걸쳐 목표 고도인 3만6000㎞ 궤도에 안착하면 내년 7월부터 한반도에 기상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지궤도 위성은 일정한 궤도에서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한 지점을 관측한다. 현재 정지궤도 위성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7개국뿐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부원장은 “설계부터 제작 운송 시험까지 국내 기술로 이뤄냈다는 게 가장 큰 의의”라며 “정지궤도 위성에 대한 ‘기술 자립’ ‘기술 독립’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항우연을 중심으로 한 국내 연구진은 2011년 7월부터 정지궤도 위성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AP우주항공, 쎄트렉아이 등 국내 중소기업 33곳이 참여했다. 미국 위성기업 해리스에서 구입한 기상탑재체를 제외하고 모든 기술이 ‘토종’이다. 내년 말 발사를 목표로 하는 ‘천리안 2B호’ 개발 비용까지 7200억원이 투입됐다.

최재동 항우연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은 “프랑스와 협력한 ‘천리안 1호’는 중요한 부분에서 결과만 전달받아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며 “이제 운영 소프트웨어는 물론 검증까지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A호의 성공으로 다른 목적의 정지궤도 위성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3.5t급 정지궤도 위성의 독자 플랫폼을 확보했으므로 탑재체를 바꿔 통신위성 등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단장은 “향후 3.5t급 중형 위성 시장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A호는 2010년 발사된 기상관측위성 천리안 1호의 임무를 물려받는다. 1호보다 해상도가 4배 향상된 고화질 컬러영상을 10분마다 지상에 전달한다. 태풍 등 위험 기상 시에는 관측 주기가 2분으로 줄어든다. 전송 속도는 18배 빠르다. 5개에서 16개로 늘어난 기상센서는 미세먼지 황사 오존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52개 기상정보를 수집한다. 경희대가 개발한 우주기상탑재체는 인공위성의 작동을 방해하는 태양 흑점 폭발, 지자기 폭풍 등 우주기상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2A호 발사는 지난달 28일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와 지난 4일 ‘차세대 소형위성 1호’ 발사에 이은 뜻 깊은 성과다. 이 부원장은 “누리호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1년 한국도 실용위성을 저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확보하게 된다”며 “향후 국내 저궤도 위성들은 누리호를 통해 발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누리호를 플랫폼으로 삼아 정지궤도 위성을 올릴 수 있는 한국형 대형 발사체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은 “우주를 향한 올해의 3종 세트가 완성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상은 기자, 기아나=공동취재단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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