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 쏜 손, ‘차붐 전설’ 깨기 시간문제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6일(한국시간)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린 후 질주하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득점은 손흥민이 유럽 1부리그에서 기록한 100번째 골이다. AP뉴시스




2010년 10월 30일 독일 쾰른의 라인 에네르 경기장. 아직 앳된 18세의 손흥민(함부르크SV)이 전반 24분 중앙선 오른쪽에서 공을 넘겨받았다. 손흥민은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을 일거에 무너뜨리며 페널티지역까지 질주했다. 이후 오른 발로 공을 띄워 골키퍼를 제친 뒤 왼발로 떨어지는 공을 차 네트를 갈랐다. 손흥민의 분데스리가 데뷔전 골이자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었다.

8년여가 흐른 6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유럽 무대 100호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홈경기에 나서 후반 10분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유럽 무대 100골은 한국 선수로는 차범근에 이은 두 번째 대기록이다. 손흥민은 차범근보다 이른 나이에 ‘빅 리그’ 무대에 올랐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은 만큼 차범근이 가진 한국 선수 최다 골(121골) 기록 경신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추세로 보면 다음 시즌에 새 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손흥민은 서울 동북고 1학년이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의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그램’에 뽑혀 함부르크SV와 인연을 맺었다. 그 전까지는 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 손웅정씨로부터 개인 지도를 받아 학원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듬해 함부르크SV 유소년팀에 입단했고, 이후 정식으로 함부르크SV와 계약했다. 데뷔 첫 해인 2010-2011시즌 14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이런 활약으로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하는 10대 유망주 23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비롯해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에당 아자르(첼시),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리오 괴체(보르시아 도르트문트) 등이 당시 함께 거론됐다.

손흥민은 프로데뷔 3년차인 2012-2013시즌에는 12골로 처음 두 자릿수 골 기록을 달성했다. 2013-2014시즌을 앞두고는 차범근이 6시즌 동안 뛰었던 레버쿠젠으로 팀을 옮겼다. 이적 첫 시즌 12골, 그 다음 시즌 17골 등 두 자릿수 골 기록도 이어갔다. 2015-2016시즌에는 3000만 유로를 베팅한 토트넘 홋스퍼의 제의를 받고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했다. 레버쿠젠 이적 시 이적료(1000만 유로)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첫 해엔 8골로 두자릿수 골 기록을 이어가진 못했지만 이듬해 21골을 터뜨려 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했음을 입증했다. 21골은 차범근이 갖고 있던 한국 선수의 유럽 4대 리그 한 시즌 최다 골(19골)을 넘어서는 기록이기도 하다.

100골을 달성한 손흥민이 차범근의 기록을 깨는 것은 이변이 없는 한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경기당 골은 차범근(0.33골)이 손흥민(0.31골)에 앞서지만 시간이 손흥민의 편이다. 차범근은 병역 문제로 26세인 1979년부터 분데스리가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이후 10시즌 동안 121골을 넣었지만 손흥민은 차범근이 유럽 활동을 시작하던 나이에 이미 100골을 달성했다. 출발선이 다른 셈이다. 고민거리였던 병역 역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해소했다. 현 소속팀을 포함해 다른 빅 리그 구단과의 장기 계약을 위한 걸림돌이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안게임 차출 등 강행군으로 시즌 초반 골 사냥에 애를 먹었지만 지난달 휴식 후 골 감각도 돌아오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달 1일 시즌 1·2호 골, 25일 리그 첫 골에 이어 한 달여 사이 4골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은 100번째 골을 달성한 후 국내 언론과 만나 “어린 나이에 운 좋게 이런 무대에 데뷔해 지금까지 열심히 했다”며 “한 순간도 소홀한 적이 없었기에 영광스러운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토트넘도 구단 페이스북을 통해 한글로 “쏘니는 사랑입니다. 유럽 통산 100호골 기록을 축하합니다”라고 적으며 손흥민을 축하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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