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만 잘 나오면 ‘막장’도 괜찮나… ‘황후의 품격’ 논란

SBS 수목극 ‘황후의 품격’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담긴 포스터. 왼쪽부터 신성록 신은경 장나라 이엘리야 최진혁. SBS 제공


지난달 21일 SBS 수목극 ‘황후의 품격’이 첫 방송되자 온라인에는 비난 섞인 기사가 잇달아 올라왔다. ‘막장 종합세트 황후의 품격…품격은 제목에만 있다’ ‘막장 재료 다 모였네’ ‘자극적 막장으로 시청률 1위’ ‘막장 끝판왕의 등장’ ‘자극적 설정 속 품격은 어디에’….

이런 비판은 요즘도 이어지고 있다. 방송에선 자극적인 장면과 선정적인 대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수위 높은 ‘19금(禁)’ 장면이나 살인이나 감금을 소재로 삼은 시퀀스도 많아 가족끼리 보기엔 민망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재는 독특한 편이다. 드라마 속 한국은 여전히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는 입헌군주제 국가다. 제작진은 황제 이혁(신성록)과 뮤지컬 배우 오써니(장나라) 등을 중심으로 황실에서 벌어지는 암투의 스토리를 그려낸다.

하지만 참신한 건 소재밖에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하다. 헛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압권은 지난 6회 방송이었다. 황제가 가담한 살인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나왕식은 복수의 칼을 갈다가 황실 경호원이 되기로 결심하는데, 신분이 들킬 수 있으니 혹독한 다이어트를 통해 변신을 감행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쳐 바뀐 모습이 환골탈태 수준이다. 배우 태항호가 연기하던 이 배역은 변신 이후 최진혁이 맡았다. 나왕식의 변신은 현모양처 여주인공이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돌아와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났던 김순옥 작가의 전작 ‘아내의 유혹’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황후의 품격이 ‘막장 코드’를 내세울 것이라는 건 기획 단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같은 작품을 통해 ‘막장의 대모’라는 수식어를 얻은 김 작가가 극본을 맡았기 때문이다. 특이한 건 편성 시간이다. 그동안 막장극은 주로 주말이나 아침에 편성됐지만 황후의 품격은 평일 밤 10시대에 방영된다. 각 방송사 기대작이 맞붙는 시간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SBS가 시청률을 위해 자존심을 내려놨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6일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영된 황후의 품격 9, 10회는 각각 6.1%, 9.3%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얼마간 ‘컬트적인’ 분위기를 띠는 이 작품에 열광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드라마의 흡인력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연출을 맡은 주동민 PD는 지난달 2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순옥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재밌는 글을 쓰는 작가”라고 치켜세웠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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