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도 있는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확장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방송은 북·미 외교적 대화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 대량 생산과 배치를 추구하는 것을 막는 데에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북·미가 물밑 대화를 나누는 상황에서 또다시 북한의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번 보도로 잠잠해졌던 미국 내 비핵화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CNN은 자체 입수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영저동(Yeongjeo-dong) 미사일 기지와 그 인근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시설들을 가동 중이며, 기지와 시설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저동 기지는 미국 정보당국이 오래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던 곳이지만, 이번 위성사진을 통해 기존 기지에서 불과 7마일(11㎞) 떨어진 곳에 새로운 시설이 건설 중이라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미들버리 연구소는 “지난해 북한이 또 다른 미사일 기지로 보이는 영저동 인근 시설을 크게 확장했다”면서 “이 두 시설이 별개인지, 하나가 다른 하나에 부속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CNN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지난해 매우 큰 지하시설을 짓고 있었고, 올해 8월에도 이 시설이 여전히 건설 중이라고 전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연구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에 대해 무슨 말을 했더라도 북한은 핵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개발·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특한 위치를 감안할 때 이 기지는 핵무기를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공격 가능한 최신형 장거리 미사일을 수용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CNN이 언급한 영저동 기지는 양강도에 위치한 영저리 기지로 보인다. 한·미는 북한이 영저리 기지에서 스커드 미사일과 대포동 1·2호 미사일을 생산하는 기지를 갖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CNN이 보도한 영저리 미사일 기지에 대해 “한·미 공조 하에 추적·감시하고 있는 북한 주요지역, 관심시설 중 한 곳”이라고 밝혔다. 노재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CNN 보도 관련 질문에 “외신 매체의 보도에 대해 우리 군이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한·미 군 당국은 1990년대 중반 북한이 영저리에 미사일기지를 만든 정황을 정찰위성으로 식별한 후 이 지역을 예의주시해왔다. 영저리 기지에는 사거리 1300㎞의 노동미사일 등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영저리 이외에 함경남도 허천군 상남리, 자강도 용림군 등에 미사일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미 상원은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해제할 경우 의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아시아 안심 법안(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법안은 제재 해제가 북한의 불법 활동 중단에 따른 것임을 입증하는 보고서를 해제 조치 후 30일 이내에 의회에 제출토록 했다. 또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북한이 불법 활동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때까지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김경택 조성은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