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는 지금 대형주 팔고 유망주 매집하는 ‘탱킹’ 경쟁

로빈슨 카노(왼쪽)와 에드윈 디아즈가 4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 메츠 유니폼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욕 메츠는 이날 시애틀 매리너스에 제이 브루스, 앤소니 스와잭, 거슨 바티스타, 재러드 켈레닉, 저스틴 던을 내주는 대신 카노와 디아즈에 현금 2000만 달러를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AP뉴시스


모든 상황에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프로스포츠에서 진리와 같다. 그러나 최근 미국프로야구(MLB)에서는 우승권에서 멀어진 팀이 일부러 약한 전력의 팀을 구성하는 전략인 ‘탱킹’이 활발해지고 있다. 팀의 전력을 냉정히 분석한 뒤 탱킹을 통해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의도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2018시즌 MLB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두고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에서 격전을 치렀던 팀이다. 대형 2루수 로빈슨 카노가 금지 약물 파동으로 80경기를 결장하는 악재를 맞고도 시즌 막판까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권을 다퉜다. 카노가 징계 복귀 후 0.317의 타율에 6홈런으로 건재를 과시했고 24세의 젊은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가 1.96의 평균자책점으로 57세이브를 올리는 대활약을 펼친 덕이 컸다.

그럼에도 시애틀은 지난 4일(한국시간)이 두 선수와 현금 2000만 달러를 내주고 즉시 전력감 선수인 제이 브루스, 앤소니 스와잭과 함께 유망주 거슨 바티스타, 재러드 켈레닉, 저스틴 던을 받았다. 브루스와 스와잭은 카노와 디아즈와는 기량 차이가 크게 나는 선수다. 그러나 이 트레이드 덕에 시애틀은 5년간 1억2000만 달러라는 큰 금액이 남아있던 카노의 계약을 덜어내고 유망주의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시애틀이 일찌감치 탱킹을 선택한 이유는 같은 지구의 강팀들 때문이다. MLB 최강의 팀들 중 하나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좌완 선발 댈러스 카이클을 자유계약선수(FA)로 내보내고도 최고급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오클랜드의 전력도 막강하다. 현 전력으로 지구 우승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유망주들을 모아 타팀의 전력이 약화되는 시점을 노리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올해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3위였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6일 간판 1루수 폴 골드슈미트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했다. 심지어 에이스 잭 그레인키까지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2013년 이후 6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한 NL 최강팀 LA 다저스와 내년에 전면적으로 맞붙기보다는 새로운 팀 구성을 택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탱킹의 가장 좋은 예는 2017 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이다. 휴스턴은 2010년대 초반 팀의 고액 연봉 선수들을 모두 내보내고 유망주를 수집하며 탱킹을 시작했다. 이후 호세 알투베, 조지 스프링어, 카를로스 코레아 등 유망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만개하며 강팀으로 올라섰고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물론 MLB의 탱킹은 쉬운 전략이 아니다. 신인이 데뷔 직후 올스타급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 미국프로농구(NBA)와는 달리 MLB는 아무리 초대형 신인이 입단해도 통상 마이너리그에서 담금질을 거쳐야한다. MLB는 대형 신인의 실패 가능성도 NBA에 비해 높은 편이며 FA 1명의 영입으로 팀의 전력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다. 자칫 긴 암흑기를 거칠 수도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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