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해외송금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학생, 외국인 노동자, 여행객 등 잠재고객 증가로 ‘파이’가 커진데다 증권·카드사의 참전 예고로 ‘비상등’이 켜졌다. 업체들은 수수료 전쟁에 이어 표적 마케팅, 송금국가 확대 등 각종 전략을 내세우며 고객 붙잡기에 나섰다.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자회사 코인원트랜스퍼는 지난달 30일 블록체인 해외송금 서비스를 예비 오픈했다. 기존 해외송금 서비스와의 차이점은 송금 시간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해 1~5일이었던 송금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줄였다. 코인원 관계자는 6일 “추후에는 1시간 안에도 송금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공략에 나선 것도 차별점이다. 코인원은 현재 필리핀과 태국에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고 고향에 돈을 보내는 외국인 노동자를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고객 서비스(Customer Service·CS) 담당자로 태국인도 채용했다. ‘1호 소액 해외송금업체’ 이나인페이도 외국인 노동자 특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해외송금 업체들이 미국 일본 유럽 등 유학·여행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이나인페이는 네팔 중국 베트남 등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의 출신국가를 주로 공략한다.
이처럼 핀테크 업체들이 차별화에 나서는 것은 ‘송금 한도’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금융회사가 아니더라도 일정 요건(자기자본 20억원 이상, 외환전문인력, 외환전산망 연결 등)을 갖추면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까지 20여개 업체가 소액 해외송금 허가를 따냈다. 문제는 기존 은행보다 송금 한도가 적다는 데 있다. 건당 3000달러, 연간 누적 2만 달러(약 2200만원)라는 한도로는 사업·유학자금을 충당하기 쉽지 않다. 이달 중으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일 핀테크 업체 ‘핀크’도 여기에 주목한다. 핀크 관계자는 “여행지에서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나 유학생 자녀 등에게 긴급 자금을 보내줄 때에 (서비스가) 주로 쓰일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로 예고된 증권·카드사의 소액 해외송금업 진출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소액 해외송금시장을 증권·카드사에 개방하고 연간 송금 한도를 3만 달러(약 3300만원)로 늘리는 내용의 외환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카드사의 경우 송금 수수료를 카드 포인트로 지불하는 등의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이 가능하다.
해외송금 서비스가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대되자 ‘기득권’을 누리던 은행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케이뱅크는 지난 10월 해외송금 수수료를 건당 4000원으로 내렸다. 카카오뱅크도 내년에 소요시간을 대폭 줄인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한다. 국제금융센터 주혜원·안남기 연구원은 “국내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 증가, 송금 주기 단축으로 소액송금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 민감도는 높아질 것”이라며 “경쟁 촉진을 통해 소비자 혜택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