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권인 야마나시현 현청(도청) 소재지 고후시는 지난달 29일 10년간 방치돼 있던 빈집 2채를 철거했다. 건축 60년이 넘은 두 목조 주택은 주인이 숨진 뒤 줄곧 방치된 탓에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최근엔 붕괴 위험이 높아져 인근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같은 날 야마나시현 호쿠토시에서도 빈집과 창고 등 4채가 헐렸다. 도쿄도에서 멀지 않은 야마나시현에 빈집은 787채다. 이 중 62채는 붕괴 직전이다.
초고령화와 급격한 인구 감소의 이중고를 겪는 일본에서 ‘아키야(空き家)’로 불리는 빈집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일본 총무성이 5년마다 실시하는 주택 조사에 따르면 빈집이 전체 주택의 13.5%인 819만6400채(2013년 기준)에 달했다. 수도인 도쿄에서도 빈집 비율이 11.1%나 된다. 지난해 일본 노무라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추세를 고려할 경우 2033년에는 일본 전역에 빈집이 약 2166만채로 증가해 전체 주택의 30.4%를 차지할 전망이다.
빈집이 늘어나는 가장 주된 원인은 집주인이 고령으로 사망하거나 치매 등으로 요양원에 간 탓이다. 자녀 등 상속인이 있더라도 여건상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황폐해진 ‘유령의 집(ghost house)’처럼 돼 간다고 미국 CNN 방송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부모 사망 이후 고향 집이나 별장을 처분하는 것도 상속인에게 큰 부담이다. 유지비가 만만치 않아 상속인 대부분은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3년 내에 팔기를 원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아서 포기 또는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이런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5년 ‘아키야 대책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범죄 온상이 되거나 붕괴 위험이 있는 빈집을 지자체가 강제 철거할 수 있도록 했다. 얼마 전부터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공동화를 막기 위해 매우 싼 가격이나 무료로 제공하는 ‘아키야 뱅크(空き家 bank·빈집 은행)’ 제도를 시작했다.
빈집 은행 사이트를 보명 수많은 빈집이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집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헐값이나 아예 무료로 입주가 가능하다. 약간의 세금과 부동산 거래수수료만 내면 된다. 무료 주택들은 대체로 낡아서 보수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들이 보수를 위한 보조금도 제공한다.
지자체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40년 일본에서 900개의 기초 지자체가 소멸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빈집의 효율적인 공급과 수요 관리를 위해 아예 ‘빈집 은행’ 전담 부서를 두고 있다.
지자체마다 빈집 활용 아이디어도 속출한다. 교토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빈집을 호텔로 사용하자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군마현과 가나가와현에선 빈집을 예술가들에게 제공해 ‘예술가촌’ 형성을 돕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