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상수도사업본부 5층 대강당. ‘내가 만드는 수돗물 캠페인 공모전’ 결선에 진출한 대학생들이 발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 음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겨루는 장이었다. 네 번째 발표순서로 무대에 오른 ‘아리따움’ 팀의 영상이 스크린에 상영됐다.
영상 속 대학생은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집에 친구들을 초대한 뒤 “목이 마르다”는 친구의 말에 수돗물인 아리수를 그대로 컵에 담아 건네줬다. 친구들은 수돗물을 거부하며 마시지 않았다. 이후 미리 아리수를 담아둔 생수병을 건네자 거부감 없이 물을 마셨다. 친구들에게 아리수였다고 알리자 “전혀 몰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관찰카메라를 진행한 아리따움 팀의 김정훈씨는 “시민들이 아리수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편견 때문에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팀은 지하철역에 있는 아리수 음용대에 시민들이 손쉽게 볼 수 있는 패널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어떤 정수 과정을 거쳐 아리수가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면 아리수를 마시는 시민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리따움 팀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날 결선에 오른 8개 팀을 대상으로 결과발표회를 진행했다.
모두 대학생들로 홍보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이들의 캠페인은 광범위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우수상을 수상한 ‘Give me 아리’ 팀은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들이 아리수를 먹지 않는 이유로 ‘배수관 불신’을 꼽은 경우가 1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돗물 냄새 때문에’라는 응답이 71명으로 뒤를 이었다. 조사 결과를 근거로 ‘개인수질측정기(TDS)’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아리수의 깨끗함을 알리는 캠페인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Give me 아리 팀은 성동구 서울숲, 노원구 문화의거리, 종로구 상명대와 마로니에공원에서 아리수와 정수기물, 생수물의 수질을 측정해보는 체험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민들이 직접 수질측정기로 수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TDS에는 아리수의 경우 107, 정수기 98, 생수 147의 숫자가 표시됐다. 물 1ℓ당 함유돼 있는 불순물의 양(㎎)을 나타낸 ppm 수치다. 100~300ppm은 ‘일반 순도’에 해당하고 300~600ppm은 ‘약간 오염’, 1000ppm 이상은 식수에 부적합한 수질을 의미한다. 영상 속 시민들은 수치를 확인하고 “물맛이 다를 게 없어서 먹어도 괜찮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Give me 아리 팀은 프랜차이즈 카페와 제휴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에 비치된 생수통을 아리수로 채워 로고와 함께 노출시키자는 것이다. 높은 음용률을 기대할 수 있고 동시에 카페는 생수 사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심사에는 정희원 모두의법률 대표 변호사와 윤미희 BBDO 크리에이티브디렉터,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적합성과 창의성, 캠페인 활동, 확산 및 활용성을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졌다.
서울시는 수상작을 향후 수돗물 정책을 수립하고 홍보하는데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창학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서울 수돗물 홍보에 대해 대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기회가 됐다”며 “선정작을 적극 활용해 수돗물 음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생수 구입 익숙한 젊은층에 ‘아리수’ 음용 활성화 목표
‘수돗물 캠페인 대학생 공모전’ 의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돗물 캠페인 공모전을 개최한 것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리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생수를 구입해 먹는 것에 익숙해져있는 소비자들에게 아리수 수질 정보를 공유하면 음용률을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모전에 참가한 학생들은 캠페인 준비 과정에서 아리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우수상을 받은 ‘아리따움’ 팀의 김정훈(24)씨는 “팀원들 다수는 아리수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며 “하지만 자료조사를 하면서 아리수가 깨끗하면서도 미네랄이 많은 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팀원 모두 아리수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장려상을 수상한 드링크워터 팀의 정종영(24)씨는 “젊은 세대들은 아리수에 대해 알 기회가 없었는데 대학생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아리수 인식 전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취를 하며 마시는 수돗물에 대해 궁금해 공모전에 참가했다는 우수상 ‘Give me 아리’ 팀의 김정민(22)씨는 “화학공학을 전공하면서 수(水)처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리수의 깨끗한 수질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의 특징은 기획과 실행을 함께 하는 캠페인성 공모전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시민들의 인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중점에 두고 평가가 이뤄졌다.
학생들은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음용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아리수를 마셔보고 정수기 물, 생수 등과 비교해보는 ‘블라인드 테스트’와 아리수 퀴즈 맞히기 캠페인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아리수와 관련된 SNS 계정을 통해 영상이나 웹툰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