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 오세정(60) 교수는 유방암 수술 전문가다.
1983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91년 동 대학원에서 외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96~97년 미국 조지타운대병원에서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유방암 조직의 병리를 분석하는 연구도 수행했다. 92~2017년 인천성모병원 유방외과 교수를 역임하고 올해부터 서울성모병원 유방외과로 일터를 옮겨 수술이 필요한 유방암 환자들을 돌봐주고 있다. 현재 가톨릭의대 외과학교실 주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오 교수는 세심한 성격의 학구파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그에 대해 수술을 완벽하게 이끌기 위해 늘 최선, 최고의 방도를 찾아 밤낮으로 연구해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한국유방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브레스트 캔서’(JBC)의 편집장을 맡으면서 이 학술지를 국제 논문데이터 뱅크인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에 올리는데도 기여했다.
오 교수는 또 수술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해마다 3~4편의 논문을 발표, ‘연구하는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SCI급 국제 학술지에 논문 40~50편을 발표했다.
그는 내년 4월, 새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한국유방암학회장으로 내정돼 있다. 유방암 위험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 교수에게 물어봤다.
40~50대 중년 여성 건강 위협
유방암은 한국 여성에게 갑상선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40~50대 중년 여성에게 주로 발생한다.
2017년 발표된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암은 21만4701건이다. 유방암은 이중 1만9219건으로, 9%를 점유했다.
남녀 환자의 성비는 0.004대1(남자 77건, 여자 1만9142건)로 대부분이 여자였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34.2%로 가장 많았고, 50대 30.6%, 60대 15.6% 순서를 보였다. 6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구사회에 다른 양상이다.
유방암은 0병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지만, 4병기는 안타깝게도 30~40% 정도로 완치율이 낮은 편이다. 오 교수는 10일 “그만큼 자가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 노력을 포함해 유방암 정복을 위해 아직도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게 적잖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월 1회 자가검진 실천 습관 중요
유방암은 자가 검진을 하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매달 월경이 끝나고 3~5일 뒤 유방이 가장 부드러울 때 손가락 끝으로 문지르면서 확인해보는 방식이다. 이때 멍울이 손끝으로 만져지면 즉시 유방외과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고 정체를 밝혀야 한다. 이는 임신, 폐경으로 생리가 없을 때도 마찬가지다. 매달 한 날짜를 정해 놓고 자가 검진을 하는 게 좋다.
유방암을 의심해야 하는 경우는 먼저 양쪽 유방 크기가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비대칭으로 보일 때다. 유방 피부가 귤껍질 같이 변한 경우, 유두가 함몰돼 들어가 있거나 피가 섞인 유두분비물이 나와도 문제다. 평소와 달리 팔 위쪽이 부어있고, 겨드랑이 부위의 림프절이 커져 있을 때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오 교수는 “유방통이 있을 경우 많은 이들이 유방암이 아닐까 걱정하지만 대부분 정상인 경우가 많으므로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여성의 약 절반이 평소 암과 전혀 관계없는 유방통을 호소하고 있고, 유방암 환자 중 유방통을 주 증상으로 호소하는 경우는 5%에도 못 미치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유방암에 의한 통증은 정형화 돼 있지 않다. 한쪽 유방에만 나타나는가 하면 양쪽 모두 아픈 경우도 있다. 때로는 그 통증이 겨드랑이나 팔 쪽으로 뻗칠 수 있다. 대개 생리 때 심해졌다가 끝나면 사라지는 게 특징이다.
30세 이전에는 X-선 검사 피해야
유방에 생긴 멍울이 암인지 여부를 아는 검사 방법으로는 X선과 초음파 검사가 일반적이다.
단 30세 이전 가임기 여성의 경우 X선 촬영은 특별한 경우 외엔 시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젊었을 때의 방사선 노출이 유방암 위험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다 30세 이전 연령대에선 유선조직이 잘 발달돼 있고, 이로 인해 X선 영상의 질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또 X선과 초음파 검사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X선 검사로는 작은 종양 덩어리(혹)를 놓치기 쉽고, 초음파 검사는 석회화 음영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30세 이상 폐경 전 여성은 X선에 초음파 촬영 검사를 더하고 폐경 이후엔 X선 단독 검사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다. 물론 폐경 후 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들은 예외다. 유선 조직이 다시 살아나 젊은이들과 같이 X선과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유방암 고위험군은 △어머니나 형제 중에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한쪽 유방에 유방암이 있었던 사람 △과거 유방종양으로 조직 생검과 함께 비정형 증식증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 △출산 경험이 없거나, 늦은 나이에 첫 출산을 경험한 사람 △모유수유 경험이 없는 사람 △이른 초경, 늦은 폐경, 폐경 후 장기간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사람 △흉부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 등이다.
유방보존 감시림프절 수술이 대세
유방암 수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전 절제술이 대세였지만, 최근엔 부분절제 및 유방보존술, 감시림프절 생검술 등으로 가능한 한 수술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대세다. 최소한의 절제로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여보자는 취지다.
유방 보존술은 유방의 일부분만 절제하고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로, 치료 후 환자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이점이다.
감시림프절 생검술 역시 유방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감시림프절이란 원발 종양으로부터 가장 먼저 림프액이 유입되는 림프절을 가리킨다. 림프절은 혈관처럼 전신에 분포하는 면역기관의 일종이다. 유방암은 거의 대부분 이 림프계를 통해 전이가 이뤄진다.
예전에는 유방암에 걸리면 병기 결정과 국소치료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제거 가능한 겨드랑이 림프절을 모두 제거했다. 이 때문에 약 30% 가량은 수술 받은 쪽 팔이 부어오르는 후유증을 겪곤 했다. 감시림프절 생검을 먼저 해보고 이상이 없을 경우 그대로 두면 이런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 교수는 유방암 수술의 절반 이상을 유방보존술로 집도 중이다. 전절제술을 권유할 때는 종양의 크기가 커 완전 절제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또 유방 전체가 미세석회화로 뒤덮여 있을 경우로 한정한다. 수술 후 몸매 변화보다 환자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까닭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