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인가. 호황의 지속을 낙관하던 미국에서 최근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리며 경기침체 논쟁도 뜨겁다. 한국은행은 9일 해외경제포커스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 논의 배경’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국채 수익률, 실업률, 주택시장의 움직임을 둘러싸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은 장단기 금리 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낙관적 경기 전망을 반영해 장기 금리가 올라야 하지만 거꾸로 상승폭이 제한되면서 단기 금리에 역전당할 처지에 놓였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격차는 지난 2월 12일 0.078% 포인트로 확대됐다가 지난 4일 기준으로 0.012% 포인트까지 줄었다. 2006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국제금융센터는 과거 사례를 볼 때 금리 역전에 1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1950년대 이후 수익률 곡선의 경기예측능력을 감안하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 보고서도 60년대 이후 7차례 경기침체가 모두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에 발생했음을 지적했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 4일 국채 5년물(2.79%)과 3년물(2.81%) 간 금리 역전이 발생한 것은 단기간에 경기가 침체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라는 해석도 등장했다.
완전고용 수준(4.6%)을 한참 밑도는 실업률(10월 현재 3.7%)도 경기침체 우려에 불을 지핀다. 실업률 하락은 108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과거 7차례의 경기상승기 평균(56개월)을 훌쩍 뛰어넘는다. JP모건은 과거 고용시장 과열이 가파른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던 사례를 내세워 미국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주택시장 부진까지 겹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올해 들어 주택투자는 3분기 연속 감소율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도 신축 주택을 중심으로 부진하다.
하지만 한은 보고서는 이들 3대 지표 움직임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는 ‘소수의견’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채 수익률과 관련해 장기금리 상승 제한이 주요국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안전자산 선호 등 경기외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고 있음을 들었다.
골드만삭스는 고용시장 과열과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긴축우려에 대해 “미국의 경기 상승 여력이 충분한 데다 최근 물가 상황에 비춰 고용 호조가 정책기조를 급격하게 바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씨티은행, 바클레이즈, 크레디트스위스 등은 “고용시장 호조에 따른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으로 주택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내다봤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