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돌포·미미의 섬세한 몸짓·노래, 관객들 마음 사로잡았다

오페라 ‘라 보엠’에 나오는 제2막 크리스마스이브 거리 풍경. 국민일보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9일까지 나흘 동안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당신의 차가운 손을 내가 따듯하게 잡아줘도 될까요?”(아리아 ‘그대의 찬 손’ 중)

국민일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9일까지 나흘 동안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주말 공연은 전석 매진됐다. 라 보엠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대표작이다.

주인공 로돌포와 미미가 각각 부른 ‘그대의 찬 손’과 ‘내 이름은 미미’는 초반부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로돌포를 연기한 테너 이원종은 극 중 시인인 로돌포의 섬세한 감성을 노래와 몸짓에 잘 담아냈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시는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는 시”라고 읊조리며 극 전반에 서정성을 가미했다. 미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서선영은 차이콥스키·마리아칼라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자다. 그가 풍부한 성량으로 로돌포를 향한 절절한 사랑을 표현하면서 공연 막바지에는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이 많았다.

무제타를 연기한 장유리는 관객들에게 중간 중간에 웃음을 선사하면서 어두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무제타가 발이 아프다고 엄살을 피우며 온갖 인상을 쓰는 장면이나 미모를 뽐내며 거만한 표정으로 남자들 사이를 걸을 때는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출연진의 열연에 막이 끝날 때마다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무대는 어둠과 밝음을 극단적으로 교차시켜 극의 흐름을 잘 받쳤다. 제1막 미미와 로돌포가 처음 만나는 다락방은 가난한 그들의 삶처럼 단출했다. 반면 제2막 둘이 데이트를 하는 크리스마스이브의 거리는 조명과 소품으로 화려하게 꾸미고 합창단을 포함해 120여명이 무대에 한꺼번에 올라 왁자지껄한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난 때문에 미미와 로돌포가 헤어지는 3막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지휘자 성시연이 지휘봉을 들면서 오페라의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다. 성시연은 공연 전 “라보엠의 줄거리는 시적인 데 비해 선율은 대본의 운율과 감정을 정확히 반명해서 매우 논리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 말대로 각 등장인물의 성격과 상황, 기분에 맞게 풍부한 선율을 극에 입혔다. 성시연은 2014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국공립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맡았다.

이 공연은 세계적인 오페라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 사단이 배출한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마르코 간디니가 2012년 초연한 국립오페라단의 대표 레퍼토리다. 정상급 성악가, 지휘자, 연출가 등이 한데 모여 한겨울 따듯한 사랑의 감동을 전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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