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북측의 입장표명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답방을 촉구하는 시위와 이에 반발하는 집회가 곳곳에서 열리는 등 남남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앞에서는 서울시민환영단이 서울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청년들은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흔들기도 하고 일부는 남과 북의 군복을 입고 탭댄스를 추기도 했다.
이 단체는 앞서 약 3주 동안 서울 시내 곳곳에 가판대를 만들고 시민들에게 한반도기가 그려진 엽서에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권순영 서울시민환영단 기획단장은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는 결국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답방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백두청산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백두칭송위원회의 청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백두칭송위원회는 김 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하는 취지로 지난달 7일 결성됐으며 친북 성향 13개 단체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박결 백두청산위원회 위원장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적국의 수장을 옹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인권을 중시한다는 좌파들이 정작 북한 주민의 인권을 말살하고 있는 김 위원장에게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는 게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백두청산위원회 회원들은 “김 위원장이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자란 점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김 위원장의 답방을 용납할 수 없다”고 함께 외쳤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선동적인 행동을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천안함 문제 등 남과 북 사이에 아직 명백하게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과도하게 칭송하는 모습 등이 보이면 답방에 찬성했던 여론도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윤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만약 김 위원장이 방한한다면 우리나라에 어떤 이익을 주고 영향을 미칠지를 냉정하게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답방을 단지 이념적으로만 활용하려 한다면 남남갈등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