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왕자’ 차준환(17·휘문고)이 한국 남자 최초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이언맨’ 윤성빈(24·강원도청)은 시즌 첫 월드컵에서 메달을 따내며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월드컵 3차 대회 1500m에서 금·은·동을 싹쓸이했고, 스피드스케이팅 기대주 김민석(19·성남시청)도 시즌 첫 메달을 획득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신화 이후 ‘파벌 논란’ ‘갑질 논란’으로 씁쓸함을 남겼던 동계스포츠가 잇따라 낭보를 전하며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차준환은 지난 8일(한국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 밴쿠버의 선더버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합계 263.49점(쇼트 89.07점, 프리 174.42점)을 얻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의 그랑프리 파이널 입상은 2009년 김연아(금메달) 이후 9년 만이다. 남자 선수가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한 것 역시 차준환이 처음이다.
지난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차준환은 발목 부상과 잦은 실수로 한때 자신감을 잃었다. 평창에서도 15위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10월 그랑프리 2·3차 대회 연속 동메달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선 한층 향상된 연기와 점프를 선보인 끝에 지난 9월 ISU 어텀 클래식에서 세운 개인 최고점(259.78점)도 갈아치웠다. 자신감이 쌓이면서 정신력도 좋아졌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 프리 첫 점프였던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를 실패했지만 침착하게 일어나 쿼드러플 살코를 성공해 가산점을 받았다. 차준환은 “‘한국 남자 피겨 개척자’라는 말에 부담은 있지만 그 부담을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로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성빈은 같은 날 라트비아 시굴다에서 벌어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시굴다 트랙을 처음 마주한 윤성빈은 1차 시기에서 51초 22(4위)를 기록했다. 이후 2차 시기에서 트랙 후반부에 위치한 고난도 커브 구간에 바로 적응했다. 기록을 51초 18로 단축하고, 최종 3위(합계 1분 42초 40)에 올랐다. 윤성빈은 “시굴다 트랙은 처음 타봐서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거둬 기쁘다”며 “소문대로 까다로운 트랙이었다”고 말했다.
파벌 논란으로 진통을 겪은 쇼트트랙의 선전도 이어졌다. 남자 대표팀은 이날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펼쳐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차 대회 1500m에서 시상대 1~3위 자리를 휩쓸었다. 임효준(22·한국체대)이 금메달을 딴 것을 비롯해 김건우(20), 황대헌(19·이상 한국체대)이 은메달과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 대표팀의 김건희(18·만덕고)도 이 대회 여자부 1500m 결승전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1500m 남녀 동반 금메달 기록도 세웠다. 9일 1500m 2차 레이스에서도 남녀가 동반 금메달을 땄다. 김건우, 홍경환(19·한국체대), 이준서(18·신목고)가 남자 1500m 금·은·동을 싹쓸이한 데 이어 최민정(20·성남시청)이 여자 1500m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민석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차세대 주자임을 한 번 더 각인시켰다. 그는 폴란드 토마슈프마조비에츠키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서 3위(1분 47초 851)에 올라 시즌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민석은 2014-2015 시즌부터 월드컵에 나섰지만 팀 추월 외 종목에서 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 남자 알파인스키의 간판 정동현은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완룽스키장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극동컵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