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1주년을 앞두고 지난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는 선로전환기 전환 상태를 표시해주는 회선 연결이 잘못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레일이 사고 직전 신호제어 시스템에 오류 신호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안전불감증에 따른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KTX 탈선 사고 현장을 찾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부가 최근 코레일의 정비 실태나 사고 대처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는데 또 이런 사고가 발생해 더 변명할 말이 없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김 장관에게 “자체 조사 결과 선로전환기 전환 상태를 표시해주는 회선 연결이 잘못돼 사고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측은 사고 직전인 오전 7시30분쯤 강릉역과 코레일 관제센터에 KTX 강릉선과 영동선이 나뉘는 남강릉분기점 일대 신호제어 시스템에 오류 신호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오류 신호를 포착한 직후 직원들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A선로(강릉역에서 차량기지로 돌아가는 방향)엔 문제가 없었으나 B선로(서울 방향)에 진입한 열차에서 탈선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 사장은 전날 강릉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이상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전인 5시30분과 6시30분 열차도 이상 없이 강릉역을 출발해 운행했다는 점에서 기온 급강하에 따른 사고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위원회 민풍식 사무국장은 “사고가 난 분기지점 선로는 A, B 두 개로 나뉘는데 열차가 진행하는 방향과 신호가 가리킨 선로 방향이 달라 어긋나며 탈선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의 잦은 열차 고장과 사고 원인을 두고 지나친 인력 및 예산 감축에 따른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정부의 공기업 평가 방침 탓에 열차와 철길 정비 업무가 외주업체로 넘어가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의 열차 고장은 지난 2013년 이후 지난 7월까지 5년7개월간 661건, 그 가운데 KTX는 109건 발생했다. 특히 열차 고장은 2015년 99건에서 지난해 118건으로 증가했다.
현장에 있던 승객들은 사고 당시 승객들의 대피를 도울 승무원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강릉역 사고 현장에서는 승무원이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중 군인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차량에 피해가 커 안내방송 시스템조차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었던 탓에 열차팀장 한 명이 1호차부터 8호차까지 이동하며 육성으로 대피를 안내해야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번 사고 열차와 같은 10량 열차 기준으로 기장 1명과 열차팀장 1명, 일반 승무원 1명이 탑승한다”며 “사고가 나면 가까운 역에서 지원 인력을 파견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오송역 단전 사고 때도 코레일의 미흡한 대처에 화가 난 승객들이 승무원의 무전기를 빼앗고 유리창을 탈출용 망치로 깨뜨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임세정 기자, 세종=전성필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