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KBO) 2018시즌을 마무리하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날, KBO가 다시 승부조작 논란으로 얼룩졌다.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 정우람(한화 이글스)의 이름도 언급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전 야구선수 이태양(전 NC 다이노스)은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잘못으로 문우람(전 넥센 히어로즈)이 모든 것을 잃은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투수인 이태양은 2015년 5월 KIA 타이거즈전에서 경기를 조작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영구 실격 처분을 받았다. 문우람은 2015년 이태양과 브로커 조모씨와 짜고 KBO 리그의 승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지난 10월 KBO 상벌위원회에서 영구 실격 처분을 받았다.
이태양은 “문우람의 통장에서 대가성 금액이 인출됐다던 검사의 거짓말에 넘어가 문우람도 승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허위 진술을 했다”며 “속았다는 것을 알고 진술을 번복하려 했으나 아무도 제 말을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우람도 결백을 주장했다. 문우람은 “2014년 한 클럽에서 조씨를 알게 됐다”며 “2015년 5월 팀 선배에게 야구배트로 폭행을 당해 경기에 나서지 못해 힘들 때 조씨가 운동화, 청바지, 시계 등을 선물했다. 그런데 이것이 제가 승부조작의 대가로 받은 것으로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유 없는 호의를 경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저는 승부조작 브로커가 아니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KBO 상벌위원회에서도 제 자료를 본 뒤 제가 브로커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했다”며 “대법원 형이 확정돼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고, 재심에서 무죄가 밝혀지면 상벌위원회를 다시 열겠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승부조작 의혹 선수들의 실명을 폭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태양은 “조씨가 정대현 문성현(이상 넥센), 김택형(SK 와이번스), 이재학(NC), 김수완(전 두산 베어스) 등도 (승부 조작을) 다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중 이재학과 정대현은 검찰 조사에서 승부조작 관련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문성현도 지난해 상무소속 시절 문우람 사건으로 인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본인 혐의에 대한 조사가 아니었다고 넥센 구단은 해명했다. 김택형은 “승부조작과 관련해 어떤 제의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강경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놀라운 것은 올해 프로야구 세이브왕인 정우람이 거론된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장에서 배포한 자료에서 “조씨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불법 배팅을 한 정우람은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정우람은 구단을 통해 “기자회견 중 밝혀진 불법시설 운영자 및 브로커 등과 일절 연관성이 없다”며 “내 이름이 거론된 것조차 이해할 수 없다.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력 부인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