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높은 수수료 정책에 불만을 품은 업체들이 ‘탈(脫)구글’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은 업체들이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게임을 자사 플랫폼에 올리는 대가로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소비자 접점을 늘려주는 만큼 적절한 수수료라는 입장이지만 업체들의 불만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구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애플의 경우 앱스토어 외에 다른 곳에서 앱을 설치할 수 없으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애플 앱스토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반면 개방형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구글 플레이를 거치지 않아도 앱을 설치할 수 있으므로 구글을 벗어나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포트나이트’의 전 세계적인 흥행으로 위상이 높아진 에픽게임즈는 기존에 있던 ‘에픽게임즈 게임 런처’를 ‘에픽게임즈 스토어’로 변경하고 수수료를 35%에서 12%로 낮추기로 했다. 일단 PC게임부터 적용한 후 향후 모바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픽게임즈의 탈구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면서 구글보다 삼성전자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9 구매자가 구글 플레이를 거치지 않고 포트나이트를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설치파일을 배포했다. 이런 이용 형태가 정착되면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구글에 내는 수수료 30%를 절감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도 킬러콘텐츠를 보유한 게임업체와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개발자회의(SDC) 2018’에서 현재 분산돼 있는 여러 콘텐츠 마켓을 내년에 ‘갤럭시 스토어’로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20%로 1위인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생태계를 조성해 구글 쏠림 현상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탈구글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던 것은 구글만큼 많은 사용자를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트나이트 같은 좋은 콘텐츠와 삼성전자의 모든 스마트폰에 탑재될 수 있다면 삼성전자와 게임사 모두 ‘윈-윈’할 수 있으므로 탈구글 현상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 앱스의 수수료는 구글 플레이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략적 판단에 따라 수수료를 더욱 낮출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수수료 인하가 탈구글에 효과가 있다는 건 원스토어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의 통합 앱스토어인 원스토어는 그동안 구글에 고전하다 올해 7월 수수료를 20%로 낮췄다.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결제 시스템을 갖추면 수수료를 5%까지 낮춰주기로 했다. 그 결과 시행 두 달 만에 상품 수는 30%, 매출은 15%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10일 “자본력을 갖춘 외국 게임업체들의 공략이 심해지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업체 입장에선 수수료 부담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많은 사용자가 보장된다면 구글 외에 다른 선택지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