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했던)지난해에는 행운이 부족했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일 분 일 초 집중해 승리를 가져오겠다.”
2018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당찬 출사표를 던졌던 부산 아이파크의 ‘10번’ 호물로(23)는 올해도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부산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대 1로 무승부를 거두며 합계 2대 4로 승격에 실패했다. 호물로는 2년 연속 팀이 K리그1(1부리그) 문턱에서 탈락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부터 부산에서 뛴 호물로는 2시즌 만에 K리그2(2부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다. 리그 57경기에 나와 11골 16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 호물로를 임대했던 부산은 “승격을 위해 공격진을 보강한다”며 올 1월 완전히 영입했다. 호물로는 구단의 믿음에 보답하며 올 시즌 팀 내 최다 득점(10골)을 터뜨렸고, K리그2 도움왕(9도움)에까지 올랐다.
K리그2에서 수차례 MVP와 베스트 일레븐에 꼽혔던 호물로에게 승강전은 아픈 경험이다. 호물로는 지난 6일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전반 22분 만에 그림 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차전에서도 호물로는 문전 앞으로 떨어지는 날카로운 크로스로 김진규의 골을 만들어냈다. 부산이 승격한다면 단연 1등 공신으로 꼽힐만한 독보적인 활약이었다. 그러나 팀 동료 권진영이 1차전에서 퇴장당한 후 서울에 주도권과 리드를 빼앗기며 빛이 바랬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 때도 호물로는 팀 내 유일한 득점자였다. 상주 상무와 만난 부산은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대 1로 패했다. 탈락 위기 속에서 치른 2차전, 호물로는 비디오판독(VAR)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골대 구석으로 차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로 나선 그는 골을 성공시켰지만 뒤이은 동료의 슈팅이 골대를 빗나가며 무릎을 꿇었다.
비록 팀은 2부리그에 남았지만 호물로의 실력은 1부리거 남부럽지 않다. 브라질 출신인 호물로는 U-23(23세 이하) 대표팀에 몸담았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나다. 169㎝의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킥과 패스 능력이 탁월하다. K리그 2년 차에 접어들며 중원에서 팀을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경험도 쌓아가고 있다. 최윤겸 부산 감독이 “호물로는 항상 수준 높은 플레이를 선보인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빼어난 기량으로 K리그1의 여러 구단과 스카우터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호물로가 팀을 떠날지는 미지수다. 현재 부산과 호물로의 남은 계약 기간은 2년이다. 부산 관계자는 10일 “힘들더라도 좋은 선수들과 함께 내년에 다시 한 번 승격을 노리는 것이 구단의 목표”라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