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선 빵빵 터졌는데… 2% 부족한 ‘웹툰 원작 드라마’

독특한 소재와 흥미로운 줄거리로 사랑받은 웹툰을 각색한 드라마들. 윤균상 김유정 주연의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JTBC·위쪽)와 문채원 고두심 주연의 ‘계룡선녀전’(tvN). JTBC, CJ ENM 제공


웹툰을 각색한 드라마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독특한 소재와 탄탄한 줄거리로 무장한 웹툰은 방송사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만화와 드라마의 다른 성격 때문에 리메이크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도 많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는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 이어 JTBC가 새로 내놓은 웹툰 원작 드라마다. 심각한 결벽 증세를 앓는 청소업체 CEO 장선결(윤균상)과 청결에 유난히 무감각한 취준생 길오솔(김유정) 사이의 로맨스를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호평을 얻고 있다.

세심한 각색이 먼저 눈에 띈다. 남자 주인공의 결벽증 같은 아주 기본적 설정을 제외하곤 새 캐릭터를 다수 추가하는 등 대부분을 손봤다. 특히 최근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듯 여주인공을 보다 주체적으로 바꿨다. 만화에서 길오솔은 남주인공의 조력에 기대어 성장하는 인물로 보호의 대상처럼 보이는 면이 크다. 드라마에서는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는 등 씩씩하고 능동적인 면모가 강조됐다.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쳐낸 것도 주효했다.

다만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빠르게 그려내기 위한 각색은 옥에 티가 됐다. 사랑의 계기를 극 앞에 배치하려다 보니 캐릭터와 설정이 과장돼 개연성이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극 초반 길오솔을 괴롭히며 장선결과 미묘한 대척점을 이루는 이도진(최웅)이 대표적이다. 대학 선배인 그는 자신을 좋아하는 길오솔을 철저히 이용하는데, 그저 로맨스의 발판을 마련하는 캐릭터로 소모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길오솔이 그를 속이려 회사 대표인 장선결에게 갑작스레 입맞춤하는 비현실적 모습이나 그녀의 취직 과정이 만화보다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웹툰의 판타지적 요소가 극과 충돌할 때도 있다.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뒷이야기를 풀어내는 ‘계룡선녀전’(tvN)이 그렇다. 드라마는 계룡산에서 699년 동안 나무꾼이 환생하기만을 기다린 선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선녀 선옥남(문채원·고두심 2인 1역)과 까칠한 과학자 정이현(윤현민), 그리고 그의 조교 김금(서지훈) 사이의 삼각 로맨스를 발랄하게 풀어내면서 3%(닐슨코리아)대의 시청률을 보인다.

극 초반 발목을 잡은 건 컴퓨터그래픽(CG)이었다. 선녀라는 신비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만큼 CG를 적절히 활용해야 했다. 하지만 특수효과가 사용된 장면들이 지나치게 예스럽게 표현되면서 몰입감을 저해하는 요소가 됐다. 극 중 선옥남의 딸 점순이(강미나)가 고양이로 변신하는 장면이나 선녀가 날아오르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웹툰의 호흡을 최대한 살리면서 어려움을 풀어가는 작품도 있다. 고된 직장 생활에 지친 심은주(류혜영)가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행복을 되찾아가는 내용을 그린 ‘은주의 방’(올리브)은 만화처럼 20대의 일상을 일화별로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한 회의 길이도 40~50분 정도로 짧아 마치 웹드라마 같은 느낌을 준다.

전문가들은 웹툰 기반 드라마의 유행이 젊은 시청자들과 제작진 양쪽 모두에게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웹툰을 보는 젊은 층은 원작과 드라마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고, 제작진은 작품성 있는 콘티가 미리 마련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은 만화보다 개연성이 더 요구되기 마련”이라며 “판타지나 과장된 캐릭터들이 많은 웹툰을 현실적으로 만드는 게 각색자들이 매번 부딪히는 과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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