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소피 무터, 재닌 얀센과 함께 21세기 세계 3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힐러리 한(39)이 이달 두 차례 한국 무대에 선다.
한 치 오차 없는 정확한 연주로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팬과의 소통은 내 삶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팬들이 내 음악의 어떤 점을 사랑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소통은 내게 음악을 탐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팬과의 소통을 음악성 확장의 중요한 통로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힐러리 한은 최근 SNS에서 100일 동안 매일 연습 동영상을 올리는 ‘#100데이즈오브프랙티스(#100daysofpractice)’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평소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한다. 20년 넘게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도 쓰고 있다. 그는 “탐험의 본능을 따르는 것은 내 삶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음악적 탐구는 삶에 대한 나의 욕구를 채워준다”고 소개했다.
이 정도면 ‘소통의 여왕’으로 불러도 될 것 같은데 ‘얼음공주’란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얼음공주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잘 모르겠고, 실제 내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면서도 “별명이 한국에서 어떤 뜻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별명이 있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고 칭찬이 아닌가”라며 즐거워했다.
연주자로서 한국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다. 그는 “열정적인 관객과 아름다운 콘서트홀이 있는 한국 방문을 싫어할 연주자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의 대형마트에서 다양한 해산물을 보는 것은 바다를 구경하는 느낌을 주고 싱싱한 채소를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힐러리 한은 오는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는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그는 예르비에 대해 “놀라운 협력자이자 완벽한 음악가”라며 “그와 협연할 땐 진정한 음악적 대화가 오간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2번과 3번’ 등을 연주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출신인 힐러리 한은 10세에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한 후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지금까지 세 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디아파종, 에코 클래식, 그라모폰 ‘이달의 음반’ 등 세계적인 음반상을 잇달아 받았다. 그는 “무엇을 할지 고민한 시간도 많았지만 나는 결단했고, 다시 태어나도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