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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감기 치료비 준다고 삶은 질 향상? 출산을 너무 쉽게 본다”







정부는 지난 7일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을 재구조화하겠다며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다. 출산율을 높이는 데서 패러다임을 전환해 삶의 질 향상과 성 평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출산을 앞둔 30대 여성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부 발표 다음 날인 8일 두 자녀를 키우는 이선생(가명·34)과 100일 된 딸 하나를 두고 있는 최교사(가명·34), 출산을 앞둔 김주임(가명·33)이 서울 서대문구 최교사 집에 모였다. ‘방향은 맞는데 대책은 신통치 않다’는 게 이들의 총평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출산 정책 패러다임을 바꾼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선생=“집값 잡는 대책이라도 내놨어? 그런 건 없는 것 같던데. 어디서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거야?”

▶최교사=“방향은 맞는 것 같아. 솔직히 출산이란 건 가족계획이니까 하나만 낳을 생각인 사람한테 백날 지원해봤자 둘 안 낳지. 나도 둘째 계획하지만 이게 나라가 얼마나 지원해주는 거랑은 상관없으니까.”

▶김주임=“경제적 지원으로 출산을 늘릴 수 있는 시대는 끝났어. 아는 사람 중에 ‘스카이’(서울대·연대·고대) 나와서 삼성 다니는 부부 있는데 애 안 낳기로 했대. 이 사람들한테 돈 더 준다고 애 낳진 않을 거야.”

-새로 들어간 아동 외래진료비 무상지원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까.

▶김주임=“감기(진료비) 같은 거 지원해주겠다는 것 아냐? 난 이런 거 필요 없는데. 차라리 그 돈 모아서 저소득층 지원을 늘렸으면 좋겠어.”

▶이선생=“입원같이 큰 것도 아니고 감기로 진료 받으면 몇천원 나오는데 이걸 갖고 삶의 질을 높인다고? 그리고 악용될 수도 있지. 엄마들 별것도 아닌데 걸핏하면 병원 가려 할거야.”

▶최교사=“뭐든 해준다면 좋긴 하지. 감기 지원해 준다는데 나쁠 게 뭐 있어. 삶의 질을 높인다잖아. 그것보단 돈이 엄청 많이 들 텐데 이걸 어떻게 다 충당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

-아동수당 지급 대상도 늘린다는데.

▶김주임=“아동수당으로 출산율 높이려는 건 진짜 오산이야. 난 아직 애도 안 낳았는데 진료비만 100만원 넘게 깨져. 애 낳으면 돈이 더 들 텐데 고작 10만원으로 어떻게 해 보겠다는 거면 그냥 주지 말라고 해.”

▶최교사=“나한텐 정말 체감도 낮은 정책이야. 이제 소득 상관없이 다 준다잖아. 투입 대비 효과 더 떨어질 걸. 10만원씩 주는 거? 당연히 좋지. 근데 이걸로 삶의 질이 높아질까? 글쎄. 통장에서 10만원 순식간에 나가는데.”

-선진국에선 고등학생까지 아동수당을 주기도 한다는데.

▶최교사=“우리나라가 그렇게 돈이 많은 나라면 줘도 돼. 근데 그게 아니면 괜히 무리하지 말라 그래. 아동수당 받는다고 나라에 엄청 고마워할 사람 별로 없을 걸? 특히 소득 높은 사람은 더 그렇겠지.”

▶이선생=“진짜 솔직히 하나도 안 고마워. 준다니까 받는 거고, 남들 다 신청하니까 한 거지. 10만원이면 기저귀, 분유 값도 안 돼. 와 닿는 게 전혀 없어. 그리고 돈 많은 사람들한텐 왜 주겠다는 거야. 그 사람들한테 10만원이 뭐라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위해 출산휴가를 3일에서 10일로 늘린다고 하는데.

▶김주임=“어차피 난 산후조리원 들어가니까 남편만 좋겠네. 남성의 육아 참여를 늘리려면 남성 육아휴직을 하게끔 해야지 출산휴가 10일은 무슨.”

▶최교사=“나도 같은 생각. 3일이나 10일이나 뭐가 그렇게 큰 차이라고. 마음 같아선 남자도 여자처럼 (출산휴가) 100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번에 보니까 기업 문화가 중요해. 내가 목요일에 애를 낳아서 남편이 그 다음 주 월요일까지 출산휴가 쓰겠다고 하니까 상사가 대뜸 ‘월요일도 쉬어야겠느냐’고 그랬대. 집에 애 엄마가 있는데 굳이 너까지 있을 필요가 있냐 이거지. 3일도 이런데 10일 줘봤자 회사 분위기가 안 받쳐주면 소용없어.”

▶이선생=“난 좋아. 어쨌든 애 아빠가 애기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으니까. 근데 이걸로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진 않을 거야. 옆에서 애 키우는 걸 쌩으로(생생하게) 봐야 뭘 좀 하지. 김주임 말처럼 육아휴직을 해야 돼. 요즘 롯데에서 무조건 한 달 쉬게 한다던데 그런 거 좋아.”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일까.

▶최교사=“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건데 이건 어쩔 수 없어. 정부가 뭐든 해보려고 대책 발표할 때마다 안쓰러울 정도야. 그러니까 애는 낳고 싶은데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라는 거야. 돈 많은 사람한테까지 아동수당 줄 생각 하지 말고. 어차피 고마워하지도 않는다니까.”

▶김주임=“애 키우는 건 기본적으로 (부모의) 희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는 부부한테 지원한들 그게 효과가 있겠어? 애를 갖고 싶은데 못 갖는 사람들을 좀 더 지원해야지. 나도 난임으로 잠깐 병원 다녔을 때 보니까 이게 생각보다 지원되는 횟수가 적고 조건도 까다롭더라고.”

▶이선생=“어설프게 조금씩 지원하지 말고 진짜 어려운 사람한테 몰아줬으면 좋겠어. 서울시에서 산후조리원 비용 절반 대준다매. 근데 엄마들 얘기 들어보니까 힘든 사람은 그 절반도 없어서 조리원 못 간다던데. 우리 같은 중산층한테까지 지원해서 괜히 돈만 쓰지 말고 우리한테 줄 돈을 저소득층에게 ‘산후조리원 전액 무료’ 이런 식으로 했으면 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최교사=“과도기일 수도 있어. 우리 엄마아빠 세대(5060) 때엔 형제가 4, 5명이고 결혼하고 출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잖아. 근데 우리 세대(2030)는 형제가 많아봤자 1, 2명이고 출산은 옵션(선택)이니까. 인구가 줄어들겠지만 이 사람들이 질 높은 삶을 사는 게 나쁜 건 아니지. 근데 출산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건 좀 심각해.”

▶김주임=“결혼한 사람들의 출산율은 어느 정도 유지된다고 기사에 나오던데. 아예 애를 안 낳겠다는 사람보다 그래도 하나는 낳겠다는 사람이 더 많을 거야. 주변에 애 하나만 있는 사람이 꽤 되는데 다들 애가 외로워할 것 같다면서도 둘은 키우기 너무 벅차서 엄두를 못 낸다고 해. 이런 부분을 도와주면 이런 사람들이 애를 둘 낳지 않을까.”

▶이선생=“나도 애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둘 다 집에서 데리고 있고 싶어. 3세까진 엄마랑 있는 게 좋다고 하니까. 근데 어린이집 보낼 때 한 달에 한 40만원 지원해주는데 집에서 키우면 20만원 정도밖에 안 줘. 집에서 키우게 한다면서 비용을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어. 집에서 키우려면 돌보미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대기를 걸어도 연결이 안 돼. 집에서 키우라고 할 거면 거기에 맞는 정책을 하라고.”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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