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KBO) 2018 시즌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정해진 다음 날 스토브리그 최대어의 행선지가 정해졌다. 올 시즌 정규리그 1위 두산 베어스의 안방마님이자 개인적으로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이적한다.
NC는 11일 “자유계약선수(FA) 양의지와 4년간 총액 12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며 “계약금은 60억, 연봉은 65억원 규모”라고 발표했다. 4년 125억원은 2017 시즌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가 이대호에게 안긴 4년 150억원에 이은 KBO 역대 2위의 FA 계약 금액이자 포수 부문으로는 최고액이다. 양의지는 2006년 두산 입단 뒤 처음으로 소속을 옮기게 됐다.
2라운드 하위 지명자에서 최고 포수로
두산 입단 때만 해도 양의지는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2006년 신인 2차 지명 8라운드에서 전체 59번으로 두산에 뽑혔다. 2007년 1군 무대에 단 3경기 나섰던 양의지는 곧바로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했다.
양의지는 군 복무를 마친 뒤 실력발휘를 했다. 돌아온 첫 해인 2010시즌 127경기에 나서 0.267의 타율에 20홈런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신인왕이 됐다. 이후 2014년(97경기)을 제외하고 모든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하며 리그의 대표 포수로 떠올랐다. 2014~2016년 3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우승 트로피도 두 차례나 거머쥐었다. 2016시즌 한국시리즈에서는 최우수선수(MVP)가 되기도 했다.
그런 양의지는 FA 직전인 올 시즌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 타율 0.358로 타격 2위를 차지하며 최강팀 두산의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비도 공격 못잖았다. 도루 저지율은 0.378이나 됐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투수 리드 또한 리그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전날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그는 349표 중 331표를 싹쓸이하며 최고 득표율을 올렸다. 국내 최고 포수임을 입증한 양의지에게 ‘FA 대박’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아킬레스건 걱정 덜어낸 NC
2013년 처음 KBO 1군에 진입한 NC는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 신흥 강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초반부터 선수들의 부상 및 부진에 고전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58승 1무 85패를 기록하며 창단 후 처음 시즌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많은 선수들이 부진했지만 뼈아픈 공백 중 하나가 포수 자리였다. NC는 시즌 전 주전 포수 김태군(29)이 경찰청에 입단했다. 이후 대체자를 찾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해 NC 소속으로 1군 무대에 출장한 포수 6명 중 타율 2할을 넘긴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NC는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를 내보낸 뒤 포수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는 크리스티안 베탄코트(28)와 협상을 진행할 정도였다. 하지만 양의지의 영입으로 NC는 시름을 덜게 됐다. 내년 9월 김태군이 전역하면 하반기 NC는 리그 최고 포수 왕국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양의지 놓친 두산, 대안은
두산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 나온 김현수(LG 트윈스)와 공격의 첨병 민병헌(롯데)을 잡지 않으며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 압도적인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며 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시즌 MVP 김재환과 군에서 복귀해 곧바로 제 실력을 뽐낸 정수빈 등의 활약에 두 선수를 놓친 타격은 없다시피했다.
이제 두산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투수 리드뿐 아니라 팀 전체의 움직임을 조율하는 포수는 한번 수준급 선수를 앉혀놓으면 10년 가까이 걱정이 없다. 반대로 그만큼 선수 한 명을 수준급으로 키우기는 힘든 포지션이다. 공수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였던 양의지의 공백은 다른 야수들의 이적과는 체감이 다른 문제일 수 있다.
물론 화수분이라는 별칭 답게 두산의 대체 후보는 확실하다. 올 시즌 양의지의 백업포수로서 89경기에 나섰던 박세혁이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쓸 확률이 높다. 양의지의 그늘에 가렸던 박세혁이 팀의 안방마님으로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펼칠 지가 2019시즌 두산의 성적을 판가름할 주요 요소로 떠올랐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