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관료가 사립학교에 재취업하는 통로가 훨씬 좁아진다. 사립대학 총장·처장 등 보직 교원으로 한정했던 퇴직 공무원 취업제한 제도를 사립 초·중등학교 전체와 사립대 무보직 교원으로 확대한다. 학사 비리가 발생하면 사립학교 교사도 국공립 교사와 동일한 징계를 받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1일 이런 내용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도 업무보고를 했다.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이란 주제를 잡았지만 교육 비리 척결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먼저 ‘교피아’(교육관료+마피아) 방지에 나선다.

현재 교육 관료는 퇴직하고 3년 내 사립학교에 취업하려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업무 연관성 등을 고려해 취업 허가가 난다. 교육 관료와 사립학교 사이 취업을 매개로 비리 고리가 형성되는 구조를 막자는 취지다. 관료가 현직에 있을 때 사학 편의를 봐주고 퇴직 후 사학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심사 대상이 사립대학의 보직 교원만 해당돼 구멍이 컸다.

내년부터 심사 범위를 사립 초·중·고교와 사립대 모든 교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명예교수나 석좌교수, 초빙교수도 해당된다. 예컨대 교육청 직원이 퇴직하고 관내 초·중등학교에 취업하려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비리·부실 대학의 총장으로 가는 과정은 더 까다롭게 된다. 그동안 퇴직 후 3년간 취업제한 심사를 받았는데 6년으로 늘어난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문재인정부가 교육 비리 척결에 포커스를 맞춘 배경에 대해 교육계의 해석을 요약하면 이렇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영역 절대평가 전환이나 고교 학점제 등 문재인정부의 주요 교육 정책은 좌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숙명여고 정기고사 문제 유출 사태나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끼워넣기처럼 입시와 학사 운영을 둘러싼 비리 때문에 이런 개혁적인 교육 정책이 불신을 받게 됐고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향후 이런 교육개혁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교육 비리 척결을 통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보고 가장 먼저 교육 관료를 ‘1번’으로 지목했다는 분석이다.

비리 교원을 징계하라는 교육 당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사학에는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고발 조치를 의무화도록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피제’는 내년 3월부터 적용키로 했다. 교육 비리를 전담하는 ‘교육 신뢰회복 추진팀’(가칭)이 만들어진다. 공익제보 신고센터를 내실화하고 내부 공익제보자 신변보호 제도도 정비한다. 또 교수의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끼워넣기를 막기 위해 국가 지원으로 작성되는 논문에 자녀나 배우자가 참여하면 반드시 지원기관 승인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연구비를 많이 받는 상위 20개교를 대상으로 연구윤리 실태조사도 벌인다.

한편 고교무상교육은 내년 2학기 고3 학생부터 적용하기 위해 예산 당국과 국회를 설득하기로 했다. 국정 과제인 고교무상교육은 올해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지 않아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