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첫 발걸음을 어렵게 뗐다. 양국 협상 대표는 미·중 정상회담 후 약 열흘 만에 전화통화를 갖고 후속 협상 일정과 의제를 논의했다. 정상회담에서 ‘90일 휴전’에 합의한 뒤에도 한동안 장외 신경전을 벌였던 미·중 양국은 조만간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앉아 담판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에 따른 미·중 관계 악화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11일 오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중국 상무부가 밝혔다. 상무부는 “양측은 미·중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 및 향후 무역협상 일정, 로드맵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한 이후 양국 실무자 간 통화가 이뤄진 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양측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과 중국 경제정책의 근본적 전환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 모두 미·중 정상이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 축소와 미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합의했던 사안이다. 중국 정부는 조만간 미국산 대두 수입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당국자들은 또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 등 국가주도 첨단기술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의 수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 이후에도 서로 자국에 유리한 합의 내용만 골라서 공개하는 등 한동안 신경전을 벌여왔다. 여기에 멍완저우 체포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미·중 갈등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한때 고조됐다. 이번 통화에 따라 미·중은 멍완저우 체포 문제를 정상회담 합의 이행과 분리해 ‘투트랙’으로 다루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WSJ에 따르면 류 부총리는 내년 초 미국을 방문해 므누신 장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회담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멍완저우 체포로 인한 미·중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화웨이 사태가 중국인의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면서 미국과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질 조짐도 있다.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중국 기업은 화웨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자사 직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되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을 쓰는 직원에는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멍완저우가 체포된 캐나다의 아웃도어 브랜드 ‘캐나다 구스’는 중국 내 판매 감소 우려 고조에 주가가 폭락하는 불똥을 맞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불신도 여전히 뿌리 깊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라디오방송에서 “미국은 중장기적으로 중국으로부터 가장 거센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거론하며 “중국은 공격적인 행위를 했으며 때로는 우리를 속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美·中, 무역협상 일정 논의… 화웨이와 투 트랙 ‘가닥’
입력 : 2018-12-11 0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