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제조업 경기는 그 지역에서 주력하는 업종에 따라 온도 차이를 보인다. 반도체 등 아직 경쟁력을 유지하는 업종이 포진한 지역경제는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자동차·조선업의 급격한 쇠퇴에서 보듯 특정 제조업 의존은 언제든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경기도 이천·평택은 반도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들어선 곳이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이천의 제조업 취업자는 2013년 상반기 2만8600명에서 올해 상반기 3만300명으로 늘었다. 평택 역시 6만9200명에서 7만2900명으로 증가했다. 제조업 일자리가 늘면서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 일자리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계속 성장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전 산업에 걸쳐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력은 하락하고 있다. 주요 업체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로 옮기는 일도 잦다. 중국 제조업체는 맹렬하게 추격 중이다.
경북 구미의 침체는 ‘위협’이 ‘현실’이 된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 모바일 공장이 베트남으로 이전했고, LG디스플레이 공장은 경기도 파주로 빠져나가면서 구미 국가산업단지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15년 46조3530억원에 달했던 생산량은 지난해 41조8985억원으로, 수출액은 341억7500만 달러에서 279억42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2013년 상반기 8만5700명에서 올해 상반기 8만4100명으로 줄었다.민간연구소 LAB2050의 황세원 연구실장은 “주력 제조업의 부진, 이전 등이 일어나면 순식간에 지역경제 전반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