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K리그, 강호 ‘추락’ 시민구단 ‘날개’

대구 FC 선수들이 지난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2018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3대 0 승리를 거둔 뒤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K리그의 2018년은 격동의 시간이었다. FC 서울과 수원 삼성 등 강호들이 부진한 사이 시민구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과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 취임 후 일어난 축구 열기가 K리그로 이어지며 유료 관중 수는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부리그 우승팀이 승격 자격을 박탈당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져 논란을 낳기도 했다.

올 시즌 K리그 시민구단들은 새 역사를 썼다. 갓 승격한 경남 FC는 상주 상무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말컹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첫 승을 거두며 돌풍을 예고했다. 경남은 시즌 초반 반짝 상승세에 그치지 않고 역대 최고 성적인 리그 2위까지 올랐다. 또 다른 시민구단인 대구 FC는 FA컵 결승에서 울산 현대를 꺾고 창단 후 첫 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두 팀은 나란히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하며 더 큰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전통의 명가 서울과 수원에겐 악몽 같았던 한 해다. 클럽 레전드인 데얀을 라이벌 수원으로 떠나보내며 뒤숭숭하게 출발한 서울은 감독·선수 간 불화설이 불거지며 부진을 겪었다. 황선홍 감독이 사퇴한 후 이을용 감독대행과 최용수 감독이 연이어 지휘봉을 잡았으나 반등은 어려웠다. 창단 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한 데 이어 리그 11위로 강등 위기에 직면했지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극적으로 꺾으며 잔류에 성공했다.

수원도 감독직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으며 자멸했다. 지난 8월 서정원 감독이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다가 구단의 만류로 49일 만에 복귀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전반기를 리그 2위·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로 마쳤던 수원은 결국 리그 6위·챔피언스리그 준결승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각 구단의 희비는 엇갈렸지만 리그의 전반적인 인기는 살아났다. 이번 시즌 K리그1·2의 유료 관중 수는 157만명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끈 조현우·황인범·김문환 등이 K리그로 돌아오며 팬덤을 형성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다음 6경기 무패 행진을 거둔 영향도 컸다. 프로축구연맹은 올해부터 무료표를 근절하고자 유료 관중 수만 공식 발표하고 있어, 실제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0%가량 더 많다. 구단은 경기당 평균 2.72골을 터뜨리는 역동적인 축구로 팬들에 응답했다.

반면 아산무궁화축구단은 리그 바깥에서 튄 불똥에 K리그2(2부리그)에서 우승하고도 승격 자격을 박탈당하는 시련을 겪었다. 선수 수급을 담당하는 경찰청이 의경 폐지 방침에 따라 더는 충원하지 않겠다고 연맹과 구단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산은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아산의 이한샘은 팀 해체 논란을 앞두고도 승부조작의 검은 유혹을 뿌리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초반 퇴장당하면 50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이한샘은 K리그 부정방지 매뉴얼에 따라 연맹과 경찰에 알렸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