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실세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부비서실장 스테파니 그리셤(42·사진)을 지목하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멜라니아의 집행인, 남편이 아니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멜라니아의 공보담당관인 그리셤을 집중 조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핵심 직원 여부는 근무기간으로 알 수 있다. 그리셤은 부침이 많은 백악관 안에서 최장수 직원 가운데 한 명이다. 애리조나주에서 작은 홍보회사를 운영하던 그리셤은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캠프에서 지역담당자로 일한 뒤 2015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당시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조차 농담으로 치부되던 때였다. 그리셤만큼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 기간 트럼프 부부의 신임을 얻은 그리셤은 대선 이후 멜라니아 여사의 공보담당관에 기용됐고, 지난 6월엔 부비서실장으로 승진했다.
그리셤은 역대 퍼스트레이디 공보담당관들과는 달리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여러 차례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전 부인 이바나가 지난해 회고록에서 “내가 트럼프의 첫 부인”이라고 홍보하자 그리셤은 “관심 종자”라고 멜라니아를 대신해 맹비난했다. 멜라니아 여사가 몇 달 전 불법입국 아동보호소 방문 당시 “난 상관 안해” 문구가 쓰인 재킷을 입었다가 비판받았을 때는 “단지 재킷일 뿐이다. 언론은 여사 의상에 신경 쓰지 말라”고 언론과 최전선에서 싸웠다. 멜라니아 여사가 어려운 입장에 처했을 때 총대를 메고 보호해준 사람이 바로 그리셤이라는 얘기다.
멜라니아 여사가 얼마 전 이례적으로 공개 해임을 요구해 경질을 이끌어낸 미라 리카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사건 중심에도 그리셤이 있었다. 그리셤은 영부인에게 공개성명을 낼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사임하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닉 에이어스의 지명 불발 배경에도 그리셤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트럼프 장녀 이방카 부부가 밀던 에이어스가 낙마한 것은 이방카와 알력 다툼이 있는 멜라니아와 일부 참모의 반대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리셤이 멜라니아의 마음을 얻은 이유로는 그가 두 아들을 둔 미혼모로 둘째가 멜라니아 아들 배런과 동갑인 점, 언론에 비치는 모습에 관심이 많은 멜라니아의 성향에 맞춰 각종 뉴스를 잘 챙기는 점 등이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대가 누구이든 멜라니아를 위해 거침없이 싸우는 충성심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일각에선 ‘트로피 와이프’(성공한 중년 남성이 수차례 결혼해 얻은 젊고 아름다운 아내) 이미지가 강했던 멜라니아가 지금은 남편보다 훨씬 높은 지지도와 호감도를 얻는 데 그리셤 공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으로 입장을 직접 피력하지만 영부인에겐 그리셤이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