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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합리화 과정 문제점 방치한 게 KTX 사고 근본 원인”

 

오영식(사진) 코레일 사장은 11일 “안전한 철도를 강조해 왔으나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KTX 강릉선 탈선 등 잇단 열차 사고에 대해 오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신속히 거취를 표명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고 말해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

오 사장은 “모든 책임은 사장인 저에게 있으니 열차 운행을 위해 불철주야 땀 흘리는 코레일 2만7000여 가족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변치 말아주실 것을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 합리화, 민영화, 상하 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그동안 방치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과거 정부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과 민영화 등에 속도를 낸 부작용이 철도 사업 전반에 걸쳐 누적돼 왔다는 주장이다.

코레일의 선로 증가 대비 ‘안전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러 번 지적돼 왔다. 2015년 말부터 3년여 동안 코레일 직원은 약 1600명 증가했지만 자체 정비 인력은 선로정비를 담당하는 80여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안전업무는 대부분 외주화하거나 비정규직이 담당했다.

철도 건설(한국철도시설공단)과 운영(코레일)을 분리한 ‘상하분리 경영’의 문제점도 재차 부각되고 있다. KTX 강릉선 사고 이전 ‘해당 구간의 선로 전환기 불량이 6차례 감지됐으나 코레일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보도와 관련해 코레일 측은 “해당 장비가 공단으로부터 코레일에 인계되기 전이라 관리주체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애매한 책임소재 때문에 위기관리 체계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모든 열차에 설치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는 블랙박스가 강릉선 열차에는 한 대도 달려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KTX 강릉선 열차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코레일 등으로부터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시공 유지·보수 과정에서 한 번만 제대로 검사했다면 쉽게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이어 “물러날 각오가 돼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와 용역 등을 두루 종합해 철도 발전 방향을 내놓을 생각”이라며 장관직을 걸고 철도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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