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 보고 있다. 인구소멸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앞장서 출산·육아에 좋은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대구시가 최근 내놓은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들도 이런 대구시의 인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2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인구는 최고치를 기록한 2003년(252만9544명)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먼저 낮은 출산율 때문에 자연증가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2017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07을 기록했는데 전국 합계출산율(1.05)보다는 조금 높은 편이지만 전국 17개 시·도 중 11위(광역시 중 3위)로 위험한 수준이다. 여기에 2017년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이 비율은 7대 광역시 중 부산 다음으로 높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20.5%에 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간(2008~2017년) 전체 순이동자 중 청년층인 20~30대가 64%를 차지하는 것도 큰 문제다.
대구시는 ‘대구형 출산·육아 인사케어 시스템’을 구축해 초저출산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구시는 최근 ‘민선7기 대구형 신(新)인사혁신안’을 발표했는데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파격적인 방안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 불이익이 없도록 전국 최초로 내년부터 1년 이상 육아휴직 공무원(남녀 모두 해당)에게 실적가산점(자녀당 0.5점)을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육아휴직 복귀 후 2개월 미만 근무자에게는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고 2∼6개월 미만 근무자에게는 50%만 지급하던 것을 1개월만 근무하면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임신공무원 전용 근무 공간인 ‘MOM 케어 오피스’도 개설·운영한다. 이 공간은 임산부 전용의자와 높이조절 책상, 리클라이너 소파 등을 갖춰 임산부가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꾸밀 예정이다. 현재 공간 조성 중에 있으며 내년 3월 문을 열 계획이다. ‘휴·복직 부담-ZERO 인력지원 시스템’도 도입해 3개월 전에 육아휴직을 사전 예고만 하면 출산휴가(휴직) 즉시 결원을 보충한다. 육아휴직 복직 때는 보조인력(실무수습)을 동시에 배치해 업무 적응을 도울 계획이다.
이 밖에도 남성 직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승진 대디(Daddy) 육아휴직 의무상담제’를 내년부터 실시한다. 앞으로 초등학교 2학년 미만의 자녀를 둔 남성공무원은 승진시기가 되면 육아휴직 사용 희망여부 등에 대해 의무적으로 인사부서와 상담해야 한다. ‘직원 MOM 밴드’도 개설·운영해 임신·육아휴직자 간 상담·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진광식 대구시 자치행정국장은 “아이 키우기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대구시부터 앞장을 선다는 마음으로 파격적인 인사혁신안을 마련했다”며 “대구시에서 시작된 혁신 분위기가 산하기관은 물론 지역 기업에도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인구절벽 위기상황에서 지역실정에 맞는 중장기 인구정책 비전의 필요성을 느끼고 일자리와 청년, 문화, 교육, 주거, 환경,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인구 관련 정책을 융합할 수 있는 인구정책 종합계획 용역도 진행 중이다.
인구구성 현황과 추이, 인구정책 관련 사업 예산 현황, 인구 유입 및 정착을 위한 비전 제시, 미래 인구규모와 구조변화(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지역전략 수립, 실국 내 산재한 개별 인구정책 사업 간의 유기적 연계 방안 모색 등을 조사해 결과가 나오면 의견수렴과 전문가 진단 등을 거쳐 지역 맞춤형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구시 인구정책의 기본방향 설정과 계획수립, 추진체계 법적 근거 등 제도적 근거 마련을 위해 지난 8월 ‘대구시 인구정책 기본 조례’도 제정했다. 조례에는 ‘대구시장이 지역 여건에 맞는 인구정책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교육청, 기초자치단체, 공공기관, 그 밖의 법인·단체에 관련 자료 제출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조례에 따라 인구정책 자문과 방향 설정을 위한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대구시 인구정책조정회의도 구성했다. 이상길 행정부시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업무관련 실·국·본부장, 연구원, 대구시교육청 관계자, 민간전문가 등 20여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2020년 9월까지 인구정책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에 참여한다.
인구정책 연계 협력 체계도 구축한다. 구·군별 조례제정, 인구통계진단, 우수시책경진대회, 업무연찬 등 광역시-구·군 연계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다른 시·도 인구정책 우수사례도 벤치마킹한다. 구·군별 민간단체 조직을 활용해 인식개선과 홍보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대구시와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 주관으로 ‘출산장려 생애주기별 인구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역 대학생 300∼400여명을 대상으로 ‘건강한 결혼·육아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과 협력해 초·중등학교 교과 과정에 인구교육 수업도 포함시킬 방침이다. 또 각 구·군, 민간단체 등과 함께 출산·고령화·인구를 주제로 한 각종 세미나와 워크숍,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권영진 대구시장 “인구조례 제정·저출산 해결 인사혁신… 인구문제 적극 대응”
대구시는 지난 8월 인구정책기본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9월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을 담은 고강도 인사 혁신안을 발표했다. 인구소멸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12일 대구시의 저출산 극복 방안을 물었다.
-저출산, 인구유출 등 인구소멸 문제가 심각합니다. 대구는 상황이 어떤가요.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 브리프 7월호에 실린 ‘한국의 지방 소멸 2018’에 따르면 대구는 부산과 함께 소멸주의 단계로 분류됐습니다. 낮은 출산율로 인한 자연증가 감소와 노령인구 증가, 청년층 유출 등이 원인입니다. 현재 추진 중인 인구정책 종합계획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할 생각입니다.”
-대구시의 저출산 극복 장기 비전은 무엇인가요.
“대구시 합계출산율(1.07명)은 전국평균(1.05명)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고 혼인율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난임부부 지원, 출산 축하·장려금 지원 등 출산장려책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개인적인 일로 여겨왔던 결혼·출산·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런 판단 아래 대상별 가치관 재정립 교육, 일·가정 양립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구시만의 차별화된 저출산 극복 방안이 있습니까.
“먼저 작은 결혼 문화 확산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체면문화에 따른 고비용 혼례가 결혼을 고민하게 하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구시는 결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결혼식장 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난임우울 및 산전·후 우울증 상담, 고위험군 의료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할 권역별 난임·우울증 상담센터가 내년 문을 열고 내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모든 출산가정에 출산축하용품(10만원 상당)을 지원합니다. 부모들이 육아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품앗이를 통해 육아부담을 덜 수 있도록 8개 구·군에 공동육아나눔터 11곳을 설치하는 등 지역사회 전체가 육아를 책임지는 환경과 문화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 대구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지역산업구조의 고도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고용환경 개선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데 의료·미래형자동차·에너지·물산업 등 지역 신산업 육성을 통해 청년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 계획입니다. ‘대구형 청년보장제’도 도입해 구직 중심의 단편적인 접근 방식이 아닌 ‘교육기-사회진입기-직업기-안정기’로의 순조로운 이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울 방침입니다.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만 3~5세 아동 전체에 어린이집 차액 보육료 전액 지원 등 보육복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100개 도시숲 조성과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초미세먼지 감축대책, 더 편리한 대중교통체계 완비, 공공도서관 및 작은도서관 확충 등 환경, 교통, 문화 인프라를 갖춘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계획도 진행 중입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