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지구촌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후속작이 나왔다. 전 세계 유명 언론과 기업들이 당시에 이 책을 일제히 필독서로 꼽았고, 47개국에서 2800만권 넘게 팔렸다.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이유는 이 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대전환하던 1998년,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그 어떤 책보다 강렬하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늘 그 자리에 있던 치즈가 없어진 뒤 치즈를 찾아 떠난 꼬마 인간 허와 남겨진 헴의 모습을 그린 우화였다. 신간은 “그래서 홀로 남은 헴은 어떻게 됐나” “나는 헴을 닮은 것 같다”는 독자들의 얘기에 저자가 화답하는 내용이다. 즉 변화를 위한 실질적 방법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끝난 지점에서 시작된다.
떠난 친구들을 원망하던 헴은 미로를 헤맨다. 그러다 새로운 친구 ‘호프’를 만나고 그 친구는 배고픈 헴에게 ‘돌멩이’를 준다. 망설이던 헴은 그 돌멩이를 먹고 잠든다. 돌멩이 때문에 죽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원기가 회복된다. 호프는 헴에게 그 돌멩이가 ‘과일’이며 ‘사과’라고 알려준다. 헴은 치즈가 아닌 것을 먹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오랫동안 자기 신념에 갇혀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헴은 호프와 함께 치즈가 왔던 곳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마침내 둘은 미로를 빠져나오고 환한 빛을 만난다.
저자는 헴의 모험을 통해 신념의 미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신념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라고 한다. 그러면 현실에 유효하지 않은 신념을 버릴 수 있다. 기존 신념에서 벗어나면 지금 있는 자리가 아닌 ‘미로 밖’을 탐색할 수 있다.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신념을 가지라는 것이 원론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설득력 있게 얘기한다는 게 저자의 미덕이다. 귀여운 그림과 요약형 문장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의사였던 저자 스펜서 존슨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내면을 치유하는 글을 썼다. 저자는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 출간을 준비하던 지난해 7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존슨은 투병 중 종양 앞으로 쓴 편지에서 “처음엔 자네를 이기고 싶었네. 이제는 자네를 사랑한다네. 고맙네”라고 썼다. 자기 삶에 닥친 ‘죽음’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저자답게 새로운 변화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 편지도 책 말미에 수록돼 있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