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종료 뒤 진행될 예정이었던 정선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의 복원사업이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급제동이 걸렸다. 강원도와 정선군은 경기장의 곤돌라와 관리도로를 존치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산림청은 전면복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마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산림청은 오는 21일 중앙산지관리위원회 심의 이전까지 강원도가 가리왕산 전면복원계획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행정절차에 돌입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10일 강원도가 제출한 ‘가리왕산 생태복원 기본계획’에 전면복원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가리왕산 지역은 특별법인 ‘평창올림픽법’에 따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해제, 국유림 사용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 올림픽 기간 활강경기장으로 활용됐다. 올림픽 종료 이후에는 모든 시설을 철거하고 원래의 산림으로 복원될 예정이었다.

논란은 올해 초 강원도가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에 설치된 일부 시설물을 남겨두겠다고 방침을 선회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곤돌라와 관리도로를 올림픽 유산으로 보존해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남북한 동계아시안게임 유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경기장 복원에 수천억원의 철거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2차적인 환경훼손이 불가피하다며 전면복원을 반대하고 나섰다.

정선군과 정선알파인경기장원상복원반대투쟁위원회는 전날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파인경기장 복원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4만여 정선 군민들은 올림픽 유산인 정선알파인경기장의 곤돌라와 관리도로의 존치 이외에는 정부의 어떠한 조정안도 수용할 수 없다”며 “복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슬로프 등은 복원하고 곤돌라와 관리도로만 존치한 뒤 이를 활용해 새로운 산림활용 모델을 찾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산림청은 2013년 동계올림픽지원위원회 의결, 이듬해 나온 산지전용허가 조건에 따라 강원도가 활강경기장의 전면복원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리왕산이 특별법에 따라 한시적으로만 활용된 곳인 만큼 대회 이후 원래대로 복원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곤돌라 등의 시설이 남아 있을 경우 해당 지역에 추가적인 개발행위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면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