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말 정부가 커뮤니티케어 실현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인 맞춤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면서 노인 돌봄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빠른 고령화로 노인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고, 치매나 파킨슨병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어 집에서도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 마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계획에도 방문의료서비스 제공, 퇴원환자의 재가생활 지원 등 돌봄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이 포함됐지만, 재택의료 현실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들은 아직 남아있다. 우선 의료기관의 역할이 정립돼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선 병원-동네의원-공공기관(보건소)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재는 저수가 및 대학병원 환자쏠림 현상 등 문제로 서로 경쟁을 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또 일부 의원, 보건소, 공공병원 수준으로는 재택의료가 불가능하고, 혼자 개원한 의료진은 병원을 닫고 방문의료(왕진)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의료법 개정도 필요하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일부 예외 상황 외엔 불가능하다.
이건세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택의료가 가능해지려면 재택의료의 개념이 재설정 돼야 하고, 재택의료가 가능한 공급자를 조성해야 한다”며 “일부 의원, 보건소, 공공병원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다양한 공급자의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전에 법적 근거가 확보돼야 한다. 의료, 진료 제공의 장소 규정에 대한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고, 건강보험 수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커뮤니티케어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일본의 경우, 재택요양 진료소(의원)에 24시간 연락을 받는 의사 또는 간호직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의료기관과 제휴에 의해 해당 진료소를 중심으로 환자 가족 요구에 따라 24시간 왕진이 가능한 체제이다. 재택요양환자의 긴급입원을 받아들이는 체제도 확보하고 있으며, 간병지원전문원(케어 매니저) 등과도 제휴하고 있다. 고령화 선험국인 미국에서는 민간 홈헬스케어기업에서 전문방문간호서비스·호스피스·24시간 어르신 요양서비스·중증만성질환 희귀질환 장애우(아동)가정 24시간 간병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홈헬스케어는 의료와 복지가 결합한 것으로, 노화, 만성질환, 장애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가 가정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전문적인 간호와 돌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반면 한국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에 한해서만 민간 홈헬스케어기업의 간호·요양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커뮤니티케어 추진 원칙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때 민간을 활용하되,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라며, “서비스는 민간의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제공하고, 보건소, 종합재가센터 등을 활용·연계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토대로 내년 6월부터 2년간 지자체별로 선도사업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인 등 대상자별로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개발하고,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