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 수단인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두고 민주당 지도부와 공개 설전을 벌이며 거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정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인이 보는 가운데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만나 국경장벽 설치비용 50억 달러를 내년도 예산안에 배정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의회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셧다운에 돌입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국경 보안을 위한 셧다운은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대표와 슈머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펠로시는 “그건 ‘트럼프 셧다운’”이라며 연방정부 업무 정지에 대한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슈머도 “트럼프 대통령, 당신은 지금까지 20번이나 셧다운하겠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합의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경장벽이 아닌 ‘국경 보안’을 목적으로 13억 달러를 예산안에 편성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미 의회의 예산안 처리 시한은 오는 21일이다.
내년 1월 하원의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펠로시 대표는 이번 회동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워싱턴포스트는 “펠로시는 17분간의 공개 설전을 통해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항할 준비된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선 최근 민주당 내에서 거론되는 탄핵론도 일축했다. 그는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만든 사람을 탄핵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탄핵이 진행되면 국민들은 반란(revolt)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난 탄핵을 걱정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앞서 뉴욕 연방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포르노 배우에게 합의금을 줄 때 ‘개인 1호(individual 01)’의 지시를 따랐다고 적시된 수사기록을 법원에 제출했다. ‘개인 1호’란 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할 때 쓰는 단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자금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며 그의 탄핵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