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서부 콘퍼런스는 동부에 비해 강팀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서부 1위가 NBA 최강팀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그 자리에는 의외의 팀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OKC) 썬더는 12일(한국시간) 현재 17승 8패(승률 0.680)를 기록하며 19승 9패(승률 0.679)를 기록 중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서부 1위에 올라 있다. OKC의 중심에는 현재까지 전방면에서 생애 최고의 기록을 남기고 있는 올스타 포워드 폴 조지(28)가 있다.
조지는 인디애나 페이서스에서 데뷔한 2010-2011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2013-2014시즌 생애 처음 평균 20득점 이상(21.7득점)을 올리는 등 팀을 2년 연속 동부 콘퍼런스 결승전에 진출시키며 NBA를 대표하는 포워드로 성장했다.
조지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해 시즌 최우수선수(MVP) 출신 포인트가드 러셀 웨스트브룩과 ‘득점 머신’ 카멜로 앤서니가 버티는 OKC로 이적했다. 세 선수가 합을 맞춘다는 것만으로 화제가 됐고 서부에서 OKC가 최강 골든스테이트에 맞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섣부른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초 OKC는 팀워크 부재로 부진했다. 앤서니는 생애 최악의 시즌을 보냈고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칭송을 받던 웨스트브룩은 이기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지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말이 나왔다. OKC는 반등 끝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1라운드에서 신예 도노반 미첼의 유타 재즈를 만나 무기력한 경기를 이어가다 탈락했다. 이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조지는 OKC와 4년간 1억37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맺고 잔류했지만 앤서니는 트레이드됐다.
우려 속에 시작된 2018-2019시즌이지만 조지는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조지는 경기당 평균 득점(24.3점), 리바운드(7.8개), 어시스트(4.3개), 스틸(2.2개), 블록(0.8개)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브루클린 네츠와의 경기에서는 4쿼터에만 홀로 25점을 쏟아 붓는 맹활약을 펼치며 47득점을 기록, 한때 23점차의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지난 시즌 가을무대에서 아픔을 안긴 유타와의 11일 맞대결에서도 조지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조지는 6개의 3점슛을 던져 5개를, 자유투는 12개 중 10개를 성공시키며 경기 최다 득점자(31점)가 됐다. OKC는 조지의 원맨쇼에 힘입어 122대 113으로 이기고 서부 콘퍼런스 1위로 올라섰다.
조지는 지난해보다 훨씬 헌신적인 선수로 변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 시즌에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파괴력을 키움과 동시에 다른 선수들을 돕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또 웨스트브룩이 부상으로 결장한 상황에서 안정적 경기 운영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리더로서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2008년 시애틀 슈퍼소닉스가 오클라호마시티로 연고지를 옮긴 뒤 탄생한 OKC는 아직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첫 우승을 기원하는 지역 팬들의 희망은 조지의 손끝에서 이뤄질지도 모른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