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2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강 장관은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 이후 고노 외무상을 비롯한 일본 유력 정치인들의 잇따른 과격 발언에 대해 양국 관계를 고려, 신중한 입장을 취해 줄 것을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노 외무상은 지난달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맹비난했다. 통화에서 고노 외무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전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대법원이 지난 10월과 11월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또 우리 정부가 지난달 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결과물인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공식발표하면서 한·일 관계는 더욱 냉각됐다.
국무조정실과 외교부 등 관련 부처들로 구성된 정부 협의체는 대법원 판결에 관한 한·일 문제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의 전화 통화가 이뤄진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며 “일본이 지난 10월 30일 첫 판결이 나온 후 강한 어조로 반박을 했는데 이런 것은 조금 누그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절제된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 간 통화가 이루어진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다만 “전에 비해서 과거사 갈등의 영향으로 일본 내 혐한 분위기가 미세하게 높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여러 가지 실질적인 분야의 협력은 과거사 문제가 있더라도 끊김 없이 다른 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일본도 ‘투트랙’ 기조가 맞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대로 푸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