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아시안컵 겨냥 ‘지배 축구’ 철학 쏟아냈다

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13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8 대한축구협회(KFA) 콘퍼런스에서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준비 과정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공격을 전개할 때에도 역습에 대비해 상대 공격수를 항상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OK?” “이 장면에서 무엇이 중요한가요?” 연단에 선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빨간 불빛 나는 레이저로 경기 영상이 떠 있는 화면을 휘저으며 물었다. 일일 교수가 된 벤투 감독은 통역관의 도움을 받아 강의를 이끌어나갔다. 강당에 빼곡히 자리한 프로 및 아마추어 축구팀 감독들은 수첩을 꺼내 필기하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벤투 감독이 13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준비과정에 관한 강의를 진행했다. 이날 강의는 대한축구협회(KFA)가 개최한 ‘2018 KFA 콘퍼런스’의 일환으로 열렸다. 콘퍼런스에는 신태용 직전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K리그 감독, 전국 각지의 아마추어팀 지도자 800여명이 참석했다. 벤투 감독은 국내 지도자들을 상대로 현 대표팀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과 아시안컵 준비 과정 등에 대해 공유했다. 지난 8월 취임한 벤투 감독은 다음 달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6차례의 A매치를 치르며 대표팀을 운영해왔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부터 제시해온 공격과 지배의 축구 철학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벤투 감독은 “국민들이 보며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축구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경기를 리딩(지배)하는 플레이를 펼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적용될 기본적인 원칙이라 했다. 벤투 감독은 “우리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바탕으로 상대에 맞는 세부 전략들을 세울 것”이라며 “상대가 바뀐다고 해도 전체적인 틀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경기를 지배하기 위해 공격에서는 빈 공간의 활용과 빌드업, 연계 플레이를, 수비에서는 조직력과 강한 압박을 강조했다. 공수를 각각 조직력과 전환, 세트피스 부문으로 나누어 전술적으로 자신이 중시하는 바를 꼼꼼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우리가 가르치는 전술적 움직임이 경기장 안에서 잘 드러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처음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은 미팅을 통해 코치진의 철학과 전술이 무엇인지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고 했다.

선수를 관찰하고 선발하기까지의 과정도 공개했다.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각기 소속팀에서 선수들의 활약을 어떻게 점검할 것인지 표를 세워 계획적으로 시행해나갔다. 매 경기 선수들에 관한 보고서를 남겼고, 이렇게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실력을 평가했다. 벤투 감독은 “포지션별로 제가 원하는 역량의 기준을 정리했고, 그에 근접한 선수를 선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중앙 수비수를 예로 들며 후방 빌드업 능력과 제공권 장악력, 리더십 등을 중시한다고 전했다.

강의는 실제 수업처럼 디테일하게 준비됐다. 벤투 감독은 지난 10월 치른 우루과이와의 A매치 영상을 교보재로 삼아 자신이 말하는 플레이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포메이션이나 세트피스 상황별 대형 등을 그래픽으로 그려내 활용하기도 했다.

한 시간이 넘는 강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준비를 잘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은 “이번 동계 훈련을 통해서 선수단의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많은 선수를 직접 관찰하려 한다”며 “대회 일정에 맞춰 좋은 컨디션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59년 만의 우승에 대한 팬들의 높은 기대에 대해서는 “외부의 평가에 부담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만큼, 쉬운 상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신중하게 답했다.

대표팀은 지난 11일부터 울산에서 아시안컵을 위한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갔다. 한·중·일 리그에서 뛰는 23명의 선수들이 치열하게 훈련하고 있다. 아시안컵에 출전할 최종 명단은 유럽파를 포함해 오는 20일 발표될 예정이다. 대표팀은 오는 23일 UAE 아부다비로 출국한다.

대전=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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