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오는 26일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을 개최하기로 13일 합의했다. 정부는 연내 착공식 개최를 통해 남북 정상의 9월 평양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함으로써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 협상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창수 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사무처장과 황충성 공동연락사무소 북측 부소장 등 남북 협상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착공식 장소와 일정, 방식 및 참석자 등을 논의했다. 착공식은 북측 개성지역의 판문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착공식에는 남북 양측에서 100명씩 참석하게 된다. 참석자 명단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남북 각각 주무부처 장관급 인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장혁 철도상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은 회의에서 동해선 도로 북측 구간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 일정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의선 철도 및 도로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는 완료된 상태이며, 동해선 철도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는 17일까지 진행된다.
남북이 평양선언의 주요 합의사항 가운데 하나인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을 열기로 했지만 실제 공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에 개최되는 착공식도 이름만 착공식일 뿐 실제 공사에 착수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조 장관을 비롯해 통일부 당국자들은 수차례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해외순방 중이던 지난 1일(현지시간)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착공이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착수식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를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착공식 개최와 관련해 미국과 여전히 협의 중이다.
하지만 착공식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다. 남북 정상의 합의사항을 양측이 흔들림 없이 이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동해관광특구 조성 등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경협 사업들도 대북 제재 완화 등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진행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특히 비핵화 선언 이후에도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아 내부 동요가 우려되는 북한 입장에서 착공식 개최는 대내적 선전효과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철도와 도로 착공식은 북한이 굉장히 원했던 것”이라며 “북한도 착공식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착공식은 꼭 열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