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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용백] 카토비체의 역설



197개 당사국 대표들이 막판 협상을 통해 가까스로 기후변화협약에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의 일정으로 열렸던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4)가 폐막을 하루 넘기면서까지 열띤 논의 끝에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COP24는 파리 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2015년)의 구체적 이행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였다. UNFCCC 사무국은 비교적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에 도출된 지침으로는 지구 온난화의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명확한 규정집 없이는 각국의 실제 이행 정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안건이었던 규정집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채택마저 불발됐기 때문이다. 파리협정은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1997년)를 대체해 2020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국제협약이다. 산업혁명 이전 시기 대비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2도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었다.

COP24는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 노력과 목표 간 현실적 괴리가 어느 정도인지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협상의 험로는 일찌감치 예고됐었다. 개최지가 유럽에서 유명한 폴란드 남부 탄광도시 카토비체다. 폴란드 전체 에너지의 80%는 석탄에서 나온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개막식 연설에서 “우리 석탄 매장량이 200년은 더 쓸 수 있는데 이걸 안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석탄과 기후 보호는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상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는 유엔의 의도가 다분히 깔렸지만 결과는 화석연료 사용의 불가피성만 더욱 부각시킨 꼴이 됐다. 게다가 프랑스 정부는 10일 유류세 인상을 6개월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유류세를 인상했으나 저소득층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쳤다. ‘노란 조끼’ 시위대가 전국적으로 교통을 막는 등의 시위를 한 달 가까이 진행하자 정부가 물러선 것이다.

탄소배출 저감 문제는 강대국, 산유국, 개발도상국, 저개발국들이 각각 복잡한 입장을 갖고 있어 합의안 도출은 쉽지 않다. COP24 기간 한국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원자력발전을 줄이면서 화력발전을 줄이지 못하는 모순을 안고 있어서다.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정밀하고 분명한 정책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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