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계열사 대표들을 모아 글로벌 성과를 내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향후 1~2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룹의 미래가 없다는 위기의식도 강조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CJ그룹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고 그룹의 글로벌 사업 현황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회장이 CJ그룹 계열사 경영진을 해외에서 한자리에 모은 것은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그동안 재판, 건강상태 등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했던 이 회장은 2017년 경영에 복귀한 뒤 2030년 3개 이상의 사업이 세계 1등이 되는 ‘월드베스트 CJ’ 비전을 제시하는 등 글로벌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이 글로벌전략회의 장소를 미국으로 정한 것은 글로벌 도약을 위해 미국 시장 공략이 핵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A는 이 회장이 2005년 글로벌 도약을 선언한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K콘을 통해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알리는 데 주력해 왔던 CJ는 비비고 만두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음식 사업 확장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
CJ그룹은 올해 초 냉동식품업체 카히키에 이어 최근 미국 대형 냉동식품기업 슈완스를 인수하고 냉동식품 생산기지를 총 22곳으로 늘리며 미국 시장 공략 채비를 마쳤다. 비비고 만두에 이어 앞으로 다양한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선보여 미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CJ대한통운은 최근 DSC로지스틱스를 인수해 미국 내 식품물류를 본격화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 역시 지난 2017년 브라질 셀렉타를 인수, 사료용 아미노산인 트레오닌 생산설비 확장 투자 등을 통해 미주 지역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전략회의에서 “2005년 LA에서 글로벌 도약을 선언한 이후 13년 동안 글로벌 사업은 큰 성과 없이 더디게 성장했다”며 “바이오, HMR, 드라마 등 일부 사업적 성과가 있으나 아직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라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시기로, 절박함을 갖고 특단의 사업구조 혁신 및 실행 전략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이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질책한 것은 2019년이 CJ그룹에 매우 중요한 한 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러 건의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사업의 틀을 갖춰놓았기 때문에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라고 본 것이다. 게다가 2019년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가 투자를 하면서도 리스크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회장은 “식품, 문화, 바이오, 물류 등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영토 확장의 무한한 기회가 있다”며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얼마나 글로벌 영토 확장을 하느냐에 따라 CJ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