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핵 협상에 묵묵부답인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7주기 추모 분위기를 띄우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에도 연말까지 경제 성과가 미미한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16일자 1면에 김정일 위원장의 생전 ‘애민헌신’ 일화를 부각한 기사를 내보냈다. 신문은 세대를 이어 전해오는 김정일 위원장의 혁명 일화가 김정은 위원장의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인민 투쟁을 추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종료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 경제 강국 건설을 비핵화 결단의 명분으로 삼아 미국과 핵 협상에 나섰지만 아직 내세울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신문은 “우리가 하루빨리 승리의 깃발을 꽂아야 할 고지는 경제 강국의 봉우리”라며 선대 지도자들에게 최후 승리의 보고를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 직결된 제재 완화의 키를 쥔 미국은 ‘선(先)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입장차로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와중에도 낙관론을 버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북한은 경제적으로 성공할 잠재력이 있다”며 “김정은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그의 주민을 위해 전적으로 그 기회를 활용할 것”이라고 썼다. 경제 성과가 절실한 김 위원장을 자극해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살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한·미는 이번 주 후반 워킹그룹 2차 회의를 열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북·미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면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도 불확실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한·미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는 26일 예정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과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을 위한 제재 면제도 협의 대상이다. 2차 회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해 서울에서 열린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