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페달’을 세게 밟아온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흐름에 제동이 걸릴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올해 마지막 회의를 이번 주에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의 관심은 온통 미국의 ‘내년 통화정책 방향’에 쏠려 있다. 혼자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마저 경기 둔화 우려에 휩싸이면서 언제 긴축 페달에서 발을 뗄지, 어느 정도 속도로 움직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단 시장은 ‘빠른 속도의 긴축’에서 ‘유연한 대응’으로 변화를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내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까지 낮춰 잡기도 한다.
연준은 18~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와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결정한다. 금융시장에선 현재 연 2.00~2.25%인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 3월과 6월, 9월에 이어 네 번째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 기준금리 변동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 워치(Fed Watch)’는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릴 확률을 78.4%로 추정했다. 연방기금(FF) 선물시장에 반영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75.7%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는 16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이번 회의를 마친 뒤에 있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표와 연준 성명서에 담길 내년 통화정책 기조에 주목한다.
파월 의장은 최근 “미국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아래에 있다”고 발언하면서 긴축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지난달 말 연준이 공개한 ‘11월 FOMC 회의 의사록’에도 연준 위원들이 ‘추가적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내년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 전망도 달라지고 있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내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바탕으로 기준금리가 내년 말에는 연 3.00~3.25%로 오른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횟수를 속속 낮추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 기준금리 인상은 3월과 9월 두 차례에 그친다는 답변이 우세했다. 골드만삭스는 기준금리 인상 예상 횟수를 4회에서 3회로 내렸다.
연준의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지는 배경에는 갈수록 커지는 경기 둔화 우려감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불황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현재 미국의 2년물 국채금리보다 5년물 국채금리가 더 낮다. 10년물과 2년물 국채금리의 차이도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변수들도 즐비하다. 이런 요인들이 연준의 긴축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속도 조절은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은은 낮은 경제성장률, 저조한 고용지표 등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이 인상 속도를 늦추면 한·미 기준금리 차이에 따른 자본유출 부담감 등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내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 조정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