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이 직면할 가장 큰 도전이다. 중국은 인공위성과 초음속, 인공지능, 인민해방군의 국내외 작전 수행능력을 계속 키우고 있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개혁개방 40주년 즈음에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우려를 보여주는 말이다. 중국은 40년 전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농업국가에서 현재 초강대국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권력’ 강화와 과거 권위주의 회귀, 패권 야심에 따른 서방의 견제로 다시 위기를 겪고 있다.
40년 전인 1978년 12월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1기 3중전회는 ‘부강한 중국’의 첫걸음이었다. 74세의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천명하며 1840년 아편전쟁 이후 깊은 잠에 빠진 중국을 흔들어 깨웠다.
덩샤오핑은 1980년 광둥성 선전과 주하이, 산터우, 푸젠성 샤먼 등 4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개혁개방에 속도를 냈다. 문을 열자 중국에 돈이 밀려들었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8년 1.8%에서 2017년 15.2%로 높아졌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800달러로, 약 155배나 늘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 ‘2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중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도광양회(韜光養晦)를 강조한 덩샤오핑은 향후 50년간 미국과 대적하지 말라는 유훈을 남겼다. 그러나 시 주석은 집권 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中國夢)과 세계 1위 군대 건설의 ‘강군몽(强軍夢)’을 역설했다. 이는 미국에 대한 패권 도전으로 해석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키는 빌미도 됐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은 내년 경제성장률 6% 유지가 힘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는 부채가 118조5000억 위안(약 1경9300조원)에 달하는 국유기업 개혁과 과잉설비 조정 등 산업구조 개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실업문제도 점점 심각해지지만 무역전쟁으로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상태다.
경제·사회 분위기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시 주석 집권 이후 ‘당에 의한 통치’ 원칙을 강조하며 민영기업에도 공산당 지부 설치를 의무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기업인들이 중국을 떠나는 ‘차이나 엑소더스’ 현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민영기업을 서서히 퇴장시키고 국영기업 역할을 늘린다는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도 여전하다. 최근 자금난에 빠진 민영기업이 국유기업에 속속 인수되고 민영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숙청’되거나 자리에서 밀려나는 것도 ‘국진민퇴’를 반영한다.
시 주석은 오는 18일 대대적인 시장개방 조치를 내놓을 전망이다. 그동안 서방에선 시 주석의 구호와 실제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이 개혁개방 40년을 맞아 새로운 변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