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일하다 비위 의혹으로 검찰에 복귀한 김모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에 대한 범죄정보 보고서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해당 보고서가 2009년부터 제기됐던 의혹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고, 김 수사관의 감찰도 적법 범위를 넘어섰다며 격앙된 모습이다.
김 수사관은 2009년 우 대사가 건설업자 장모씨로부터 조카 취업 청탁 대가로 두 차례에 걸쳐 500만원씩 1000만원을 수수했으며,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이를 반환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2011~2012년 미래저축은행 비리 수사 당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변호사에게 수사 무마 자금으로 건넨 1억2000만원 중 1억원이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던 우 대사에게 전달된 정황도 공개했다. 김 수사관은 이 같은 첩보 보고서를 지난해 9월 청와대에 제출한 뒤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사건은 2009년 이후 모두 검찰 수사·내사가 진행됐다. 미래저축은행 건은 2012년 대검찰청이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을 구성해 김 회장의 수천억원대 불법 대출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우 대사는 불입건(내사 종결) 처분을 받았다. 진술 외에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어서였다.
채용 청탁 문제 역시 검찰에서 불입건 조치했다. 청와대는 “장씨가 검찰에 제보하면서 내사에 착수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해 종결했다”고 밝혔다. 우 대사는 “2009년 사법연수원 동기 조모 변호사를 만날 때 장씨와 동석한 경우는 있지만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원내대표가 되자 장씨가 ‘2009년에 돈을 주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며 “이를(돈 반환을) 거절하자 사정기관에 투서해 검찰이 조사했고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다만 당시 김영근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장씨를 만나 사정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듣고 차용증을 쓴 뒤 1000만원을 빌려줬다고 덧붙였다.
금품수수 관련 새로운 진술이나 증거가 나온다면 수사기관이 재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16일 김 수사관은 차용증 작성 당시 김 비서실장과 장씨의 대화가 녹음된 음성파일을 일부 언론에 공개했다. 다만 뇌물 1000만원의 경우 공소시효가 7년으로, 2009년 1000만원을 받았다면 공소시효는 2016년에 이미 만료됐다.
감찰 범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법령에 따르면 우 대사는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총장을 지낼 당시에는 특별감찰 대상이 아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사무총장을 감찰하는 순간 민간인 불법 사찰이 된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해당 첩보를 보고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임 실장은 이를 부인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검찰 복귀 후 중징계가 예상되자 ‘물타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안대용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