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등 문학계 큰 별 지고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뜨고



올해는 문학계 큰 별들이 유난히 많이 졌다. 지난 7월 분단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이 세상을 떠났다. ‘광장’은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 중심 체제를 모두 비판적으로 바라본 작품이었다. 올해는 남북 정상이 분단 후 처음으로 백두산 정상에 함께 오른 해였다. 최인훈의 죽음은 ‘냉전과 화해’라는 시대의 교차로에서 일어난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8월에는 ‘젊은 시인들의 후원자’로 칭송받던 문학평론가 황현산이 숨졌다. 황현산은 깊이 있는 사유와 아름다운 문장으로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글을 썼고, 새로운 시를 쓰는 젊은이들을 발굴했다. 10월엔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등의 시집을 낸 시인 허수경의 부음이 독일에서 날아왔다. 같은 달 국문학 연구의 대가이자 다독다작으로 유명한 문학평론가 김윤식이 별세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가 영면했다. 로스는 ‘미국의 목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휴먼 스테인’의 미국 3부작을 통해 미국 현대사의 혼돈을 그렸다. 6월 홍콩 현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던 류이창이 작고했다. 그는 영화 ‘화양연화’에 영감을 준 소설을 썼다. 10월엔 ‘사조영웅전’ 등으로 유명한 중국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이 운명했다.

지난해 10월 검사 서지현의 폭로로 시작된 국내 미투(#MeToo) 운동이 시인 최영미의 시로 올해 초 문단에 불붙는 듯했다. 고은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는 시였다. 이후 작가 이외수의 SNS 글이나 심상대의 소설 ‘힘내라 돼지’에 나타난 성 의식 비판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단발성 질타에 그쳐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올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없었다. 1949년 이후 69년 만에 처음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 종신회원의 배우자가 20여년간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고, 다수의 심사위원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미투 운동의 여파였다. 세계 문화계 전반에 뿌리 깊은 남성 중심의 권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과제로 주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에선 페미니즘이 강세를 보였다. 평범한 여성이 겪은 성차별을 묘사한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11월 누적 판매부수 100만부를 돌파했다.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구병모의 ‘네 이웃의 식탁’, 정세랑의 ‘옥상에서 만나요’, 박민정의 ‘미스 플라이트’, 기획소설 ‘현남오빠에게’도 화제였다. 젊은 여성 작가를 중심으로 세대와 성 교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국 시나 에세이에 비해 소설은 전체적으로 침체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일본소설이 소설 분야 판매 비중에서 31%를 차지해 29.9%를 기록한 한국소설을 앞질렀다. 베스트셀러 순위 100위권에 가장 많은 작품(5권)을 올린 작가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쓴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강한 흡인력을 가진 한국 소설이 그만큼 적었다는 얘기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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